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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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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Apr 29. 2016

몸의 상태를 느껴 보세요.

禁酒 Day 14

20160429

   이제 만 이 주일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세안을 한 후에 피부가 더 맑아지고 탄력이 좋아졌다고 느낍니다. 얼굴 왼쪽에만 있는 팔자주름이 약간 흐려진 듯합니다. 실제로 그렇거나 말거나 상관없습니다. 발가락 끝까지 피가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같은 맑은 정신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은 책,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있는 시간의 힘"에서 몇 부분을 소개해 드립니다.

몸의 상태가 기분의 상태를 결정한다.

    (정신과 의사 R.D.) 랭에 따르면 정신 상태와 육체가 일체감을 느끼는 (중략) '신체화'되지 않은, 즉 현실 세계와의 사이에 균열이 생긴 사람은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없다.

    (중략)

    바꾸어 말하면, 자아와 신체가 밀접하게 연합하여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면 혼자 있어도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즉, 고독에 짓밟히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신체와의 일체감을 중요하게 여기고 몸과 정신의 상태가 일치가 되어야 한다.

    (중략) 몸의 상태가 안정되면 곁에 누가 없어도 정신적으로 안정된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당차진다. 몸은 기분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에 민감하면 기분을 파악하여 조절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싶다면 먼저 의식이 몸을 향하도록 한다. 몸의 상태를 구석구석까지 느낄 수 있다면 우주와 하나가 된 것같은 일체감이 들 것이다.

    (중략) 의식이 흘러가는 곳에는 항상 자아와 몸이 함께 있어야 함을 깨닫기 바란다.

    (중략) 몸이 자주 가는 카페처럼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다면 혼자 있어도 안도감이 생긴다. 그럴 때는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 고독 속에서도 어떤 큰 존재와 이어져 있다는 충실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균형을 잡아라.

    (중략) 마음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생각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어렵다. '음'의 기운이 압도적으로 강해지면 우울한 기분이 든다. 침울한 기분일 때 억지로 "자, 오늘도 힘내자!"라고 외쳐봤자 힘이 날 리 없다. 마음의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오히려 몸의 상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기분을 바꾸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는 생각이 지나치게 많다. 항상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스스로를 들볶고, 그에 대한 답으로 쉽게 '나는 의미 없는 존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고독에 삼켜져 세상에 대한 공격적인 생각을 갖게 된느 것을 방지하려면 먼저 마음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몸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언젠가 발레니나 쿠사가리 다미요 씨와의 대담에서 몸을 안정시키는 방법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쿠사라기 씨는 몸의 중심을 복근과 등 근육으로 꽉 조이고 위로 쭉 들어 올리면서 중심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했다. 몸의 중심을 아래로 향하면 중력의 반발로 힘이 다시 위로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중심이 탄탄해진다. 그러면 몸을 관통하는 수직의 축이 생겨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안정된다고 한다.

    (중략)

    일본에서는 도코노마(일본식 방의 상좌에 바닥을 한층 높게 만든 곳으로,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는 꽃이나 장식물을 꾸며놓은 곳)에 흔히 돌이나 항아리를 장식한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 적절한 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한 균형을 이루는 느낌이다.

    때론 스스로 매우 균형 있게 서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좌우, 전후, 상하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 모든 방향에서 같은 힘으로 끌어당겨지고 있는 듯한 안정감이 든다.

    토코노마에 놓인 항아리처럼 서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됐다는 것을 느끼고, 한층 편안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리는 따로 있다.

    (중략)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다리 벌리기에 공을 들여, 가슴과 배가 바닥에 닿게 하려고 날마다 혼자서 특훈을 했다. 특훈이란 바닥에 앉아 몸을 앞으로 뻗는 것이다. 몸을 숙일 때 숨을 깊이 내쉬면 수 센티미터씩 유연성이 늘어난다. 특훈의 성과로 몸의 균형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몸을 다루는 원리를 발견하면 그것만으로 처진 기분을 회복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내가 기분을 회복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욕실에서 허밍을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느끼지만 이때만큼은 혼자인 게 편안하고 즐겁다. 목욕을 하면서 허밍을 하는 시간을 오히려 혼자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몸을 울려보자. 그 진동은 더없이 편안하다. 허밍뿐 아니라 소리 내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예전부터 있었던,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발성에는 시 낭송이나 노래, 염불 등도 포함되는데, 예전에는 마을 여기저기서 시나 노래를 읊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휴대용 플레이어로 어디서든 음악을 듣고 몸을 흔드는 것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분 좋게 하나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헤드폰을 쓰고 타인이 만든 음악으로 뇌와 몸을 마비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략) 실제로 음악을 들을 때 뇌의 전두엽에는 혈류가 거의 흐르지 않는다. 따라서 오랜 시간 뇌에 부담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뇌에서는 '슬럼화'가 진행된다.

    음악을 만들거나 연주하는 사람의 뇌는 듣기만 하는 뇌와 전혀 다르다. 전두엽이 풀가동되어 엄청난 혈류가 흐른다. 뮤지션 중에는 연주뿐 아니라 가사도 쓰고 곡도 만드는 전천후 재능을 지닌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전두엽에는 엄청난 혈류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중략)

    목소리의 울림은 두개골이나 턱 등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즉, 다양한 유전적 형질이 모두 합쳐져서 '소리'가 만들어지는데, 보통 골도음(骨導音, 고막을 진동시키지 않고 두개골 등의 뼈로 전해져 직접 청각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음의 울림이 더 좋다.

    소리의 울림을 노래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허밍이다. 허임은 음의 진동, 바이브레이션 그 자체다. 허밍으로 우리는 음의 진동을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진동이 공기나 물을 매개로 전해지면 울림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습도가 높은 욕실 욕조에 잠겨 허밍을 하면 몸이 물과 어우러져 이완되고 울림이 강해져 편안한 상태가 된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욕실에서의 허밍을 추천한다.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위즈덤 하우스


    몸도 마음도 상당히 가볍습니다. 禁酒를 통해서 몸의 상태가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을지, 마음과 얼마나 일치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표지 사진은 캐나다 페이토 호수의 입구에서 만난 전나무와 맑은 빗방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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