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酒 Day 17
20160502
금주한 지 며칠이나 되었냐고 묻는 친구들마다 십육 일 째라고 답하고 다녔는데 십칠 일 째였군요.
오후 늦게부터 내리던 비가 제법 많이 내립니다. 집에 들어오는 길,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베이스로 들립니다. 주차장에 늘어선 자동차의 지붕 위에 내리는 빗소리는 테너죠. 소프라노와 알토의 빗방울들은 나뭇잎과 풀잎 위로 내려앉습니다.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스타카토로 비트를 넣어 줍니다. 이 환상적인 음악 사이로 걷자니, 여지없이 따스한 정종 한 잔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禁酒 일기를 쓰려고 책상에 앉고 보니, 오늘도 잘 참았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는 좋은 밤입니다.
(표지 사진은 제가 사는 아파트의 오래 된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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