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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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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May 12. 2016

기품 있게 나이 들기

禁酒 Day 26

20160511


    고인의 가족과 작은 인연이 있어서, 나라를 위해서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한 어른의 영정에 인사를 드리고 왔습니다. 함께 문상을 갔던 형님과 잠시 앉아서 나눈 이야기입니다.

    "어르신께서 참 선하고 좋으신 분이셨어요. 그런데, 젊은 시절의 모습은 많이 다르시네요. 지금 손주들의 얼굴과 비슷하죠?"

    "응, 젊어서는 위엄이 있었는데 연세가 드시면서 자상하고 품위 있는 모습이시네."

    "저렇게 나이 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럴 거야. 돈이나 권력, 혹은 둘 다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닐 거야."


    돌아오는 길에도, 집에 와서도, 계속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훌륭한 인격과 함께 깊은 지식과 풍부한 삶의 경험을 통한 지혜를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나누고,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인생은 무엇보다도 복되다고 할 것입니다. 나타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 떠오릅니다. 훌륭하신 분들의 모습을 닮아 저도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모습이고 싶습니다. 술을 한 잔 하면 가뜩이나 커다란 목소리가 더 흥분하는 모습만 부끄러운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지혜롭게 생각하고, 조금 더 차분하게 말하고, 조금 더 여유 있게 행동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굳이 근엄하지 않더라도, 아니 오히려 미소 짓는 따뜻한 모습에서 인생의 풍부한, 실패들까지도 껴안아서 교훈으로 삼은, 멋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술을 잘 절제하는 편이었지만,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도 많았죠. 이제 禁酒가 저를 기품 있게 나이 들도록 도와줄 겁니다.




아래 링크는 같은 매거진, "禁酒日記"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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