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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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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May 20. 2016

장수 상회 (I)

禁酒 Day 34

20160519


    성칠은 일기를 씁니다. 자신이 매일 조금씩 기억을 잃어 가고 있으며, 아들과 딸을 못 알아보기 시작하며, 곧 병든 아내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담담하게 일기장에 적어 놓았습니다.

    그가 마주해야 했던 현실은 일기장 속의 두려움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가슴이 저립니다. 기억을 잃은 성칠이 아닌, 나머지 가족들의 가슴입니다.


    치매는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있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오래 살면 살수록 확률이 높아지는 게임일지도 모르죠. 유전과 관련이 있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도 있지만, 생활습관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알코올성 치매도 그중 하나죠.

    그 병에 붙들리는 것이 견디기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일단 붙들리면 본인은 곧 잊어버리고 말겠죠. 대신, 지켜보며 마음 아플 가족을 상상하는 일은 더없이 견디기 힘들 겁니다.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에도, 대학 때에도, 결혼 후에도 가끔씩 썼던 일기입니다. 앞으로는 아마도 더 열심히 제 삶을 기록할 듯합니다. 건강하고 유쾌한 인생을 기록하려 합니다. 먼 훗날에 가족들이 눈물 대신 웃음꽃을 피우며 읽을 수 있는 일기를 쓰고 싶습니다.



아래 링크는 같은 매거진, "禁酒日記"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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