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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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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May 23. 2016

이름을 불러주면

禁酒 Day 37

20160522


    한 친구가 딸과 함께 야구경기를 관람하고 왔답니다. 같이 간 딸아이의 친구는 야구장을 처음 가보았습니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그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고, 그 선수만을 위해 만들어진 응원가를 부르는 것을 본 그 친구의 소감이었답니다. 

누가 저렇게 열렬하게 이름을 불러주면 얼마나 행복할까?

    김춘수의 "꽃"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禁酒하기 시작한 이후로 제 이름을 혼자 자주 부르게 됩니다. 제 마음 속에 들어있는 저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죠. 제가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제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되었을 때, 제 친구들이 그리고 제 주변의 분들이 저의 이름을 더 자주 불러주시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아래 링크는 같은 매거진, "禁酒日記"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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