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정말 좋겠네...라는 동요 아닌 동요

by 하루

참으로 웃기다.

이 노래는 늘 내 곁에 머물렀다.

재주도 없는 이가 텔레비젼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꿈속에서 이어진다.

KBS 방송국을 드나들며 꿈에서만큼은

단역배우나 지나가는 행인1이라도 된다.

그런데...왜 행복하지 않을까.

거기서도 실수투성이.

부족한 것이 많아 감독의 성난 컷 소리에

"쟤.누가 데리고 왔냐?"

그렇게 질질 끌려나와

어둠속에 나만의 무대가 켜지면

'꿈이구나. 다행이다'

그런데 슬프다.

꿈에서조차 실패하고 그림자가 되어버린 인생.

지나가는 행인1이라도 잘하고 싶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는데...왜 안되는걸까.

그렇게 꿈에서조차 '포기'를 배운다.


수십년 같은 꿈을 꾸면 성공할 법도 한데...

'괜찮아.꿈이야.일어나야지' 다독이고서야

간신히 눈을 뜬다.





개성이 없다. 재주도 없다.

그런데 내가 뭐라고.

결국 그 노래에 이끌려

넷플릭스 <대환장기안장> 시즌 2에 참가신청서를 냈다. 안다. 당연히 안되는 것.


그런데 일요일 인스타로 접수한 날부터

김칫국 드리킹하고 마음이 성급해져 면접안까지 써내려가며 머리가 지끈지끈해졌다.

나름 기안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번 기안장의 컨셉은 무엇일지 상상해본다.

저번 시즌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으면 싶은데

기안이 아니라서? 쥐여짜도 특별할 것이 없다.


내가 기안이라면?

너와집이 기안장이면 좋겠다. 야외온천도 있고.


강원도라니 눈이 펄펄 내리면

초대형 눈사람만들기를 숙박객 전원이 같이 해도 좋겠다 생각했다.

겨울이니 여름처럼 클라이밍 야외출구는 만들 수 없고 비박도 생각했는데 '얼어죽겠지?'

얼굴 돌아간다. 단체로...

일단 기안장 숙소 그림이 눈에 안보인다.

새로울 것이 없는...아..그럼 재미없는데.


강원도엔 폐교가 많다.

사회환원 의미로 프로그램이 끝나도 쓸 수 있게

동네마실공간이 되도록 꾸며도 좋겠다.

어르신들이 많으니. 관광지가 되도 좋고.


그럼 폐교의 각 교실엔 컨셉을 정하자.


<시대별 컨셉장>

1학년반은 50년대와 60년대.

난로가 있고 조개탄이 있고 잠은 다같이.

매트리스 1장 깔고 모포를 덮고 잔다.

바닥은 삐걱거리는 나무. 밥은 도시락통.


2학년반은

70년대도 비슷한디? 그래도 조금 차별화둬서

문방구 간식들도 있고 컨셉별 미션이 조금 있어서 저녁밥은 미션에 따라 다르다.


3학년반은

90년대. 선풍기도 있고 이젠 마루가 아니다.

침대는 놓자. 하물며 보송보송한 침낭도 있다.


4학년반은 지금 현실이다.

개인공간도 넓고 주방시설도 있다. 교실인데.

넓찍한 소파와 책들. 한강라면도 있다.


5학년반과 6학년반은 미래방이다.


5학년반 유토피아적인 미래방.

모든 게 자동화 시스템 뿐 아니라

눈이 휘황찬란해질 스크린이 정면으로 있다.

이 방은 칸이 나뉘어져 있어 프라이빗하게

잠을 잘 수 있고 창문밖으로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있지만 하늘은 맑고 깨끗하다.


6학년반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방.

세상은 망했다. 모래가 바닥에 깔려있고

방안에는 무조건 사다리를 타야 잠을

잘 수 있는 한평 공간이 나온다.

밥은 아침 한끼는 <설국열차> 속

바퀴벌레로 만든 바 하나.


방들을 선택할 수는 없다.

약간 <오징어게임>을 섞어놔서 어린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숙박객들은 미션에 통과해야

가장 좋은 방에 들어간다.

가장 안 좋은 방은 6학년반!

대신 수리할 수 있는 선택권은 있다.

기안장 직원 1명은 무조건 여기서 자야 된다.

그러나 사실 어떤 방이든 아주 나쁘지는 않아야된다. 겨울엔 추우면 아프니까.따뜻하게.




쓰레기 속 상상을 쭈욱 나열해 본다.

운동장엔 우물이 있으면 좋겠다.

썰매장도 있으면 좋겠고.

에이 재미없어!




기안과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겨울산행

-겨울에 내린 눈으로 밥해먹기

-겨울빨래(기안 고생시키기)

-장작으로 밥하기

-썰매는 당근이고


새로운 없나요?

입수 이런 말고 강원도라는데?


-대형 눈사람만들기 프로젝트

-패러글라이딩 말고, 탔으니까

-비박? 쫌 겨울엔 사고위험크고

-빙어낚시? 시시해ㅠㅠ


혼자 뭐할꺼냐고?

- 당연히 능선따라 눈날리는 산행.

- 안되면? 카페?시시해ㅠㅠ.

- 기왕 온 것 강원도 크로스핏 박스 드랍인?

2박3일코스! 좋아! 멍때리기 하고 싶어서...

기안이랑 설산가면 안되겠지? 혼자여도 굿!

-1일은 기안장 호텔리어 하면 안되나?

그럼 콜! 3박4일!


혼자 설레발을 친다. 어쭈구리!

머릿속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결국 침대에 눕는다.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


지겹다!


작년 장애인 학생도 어찌나 그렇게 노래하든지.

학교에 높으신 분이 오면서 카메라 대동하니

난리가 아니였다.

"선생님, 저 TV 나오나요?"

"아냐, 왜 나오겠어."

4시간 근무내내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마침내 "아니구나!" 실망한다.

급기야 "괜찮아!"하면서 울면서 일한다.

"왜우는데?일 할 때는 울지 말아야지!"

"안 울었어요. 감동의 눈물이예요!"

실망해도, 혼나도, 사고쳤을 때도

맨날 감동의 눈물이라고 한다.

정작 일 할 때는 반쯤 눈 감겨서 하고

외부인이 오면 TV 나오는 줄 알고 반짝

정신차려서 한다.

막상 새로운 사람, 환경에도 적응 못 해

또 울꺼면서 아쉬운 듯 말한다.


어찌보니 꼭 나 같다.

이젠 TV 전원을 끄자.

머리도 마음도 좀 편해지게...


누가 노래 꺼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