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서야 이해한 사랑
엄마가 된 이후로 내 휴대폰은 온통 아이들 사진으로 가득하다.
아이가 웃고, 울고, 잠들어 있는 모습까지 하루에도 수십 장씩 찍는다.
이전의 나는 아이들에게 그다지 애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애들을 별로 안 좋아해.”
그렇게 말하던 내가, 지금은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마다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데 어느새 내 키를 따라잡을 만큼 커버린 아이의 모습이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그 아쉬움을 붙잡기라도 하듯, 나는 매일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문득, 내 어린 시절 사진 앨범이 떠올랐다.
지금처럼 손끝으로 찍고 저장하던 시절이 아니던, 아날로그의 시간.
부모님은 카메라로 한 장 한 장 우리를 담아 두꺼운 앨범에 꽂아두셨다.
그 앨범 속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있었다.
울고, 웃고, 뛰놀던 어린 내가 있었다.
그 사진 속의 아이는 분명 나였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사진 속의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 뒤에는 말하지 못한 외로움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서툴게 감추던 아이였다.
그때를 다시 떠올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앨범을 덮고 싶을 만큼 마음이 저릿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기억의 방을 닫지 않았다.
사진 속의 나를 바라보는 일은, 오래된 상자를 열어 먼지를 털어내는 일과 같았다.
기억 속에서 나는 울던 나를, 웃던 나를, 혼자 있던 나를 차례로 만났다.
그 아이는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서 울고 있었다.
그 울음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의 나를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제의 나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건, 사랑이 늘 완벽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미안하고, 서툴고, 부족한 사랑이라도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걸 배웠다.
엄마가 내게 남겨준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그 미안함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 속 그 웃음들은, 어쩌면 엄마가 내게 전하고 싶었던 “나도 너를 사랑했어”라는 고백이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엄마가 되어 또 다른 앨범을 채워가고 있다.
내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 그 하루하루가 내 기억 속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가끔은 핸드폰 화면 속 아이의 얼굴이 내 어린 시절 얼굴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그럴 때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두 시선이 맞닿는다 —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와, 아이를 품은 나.
그 둘이 마주 보는 순간, 나는 비로소 완전해진다.
기억을 꺼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오래된 기억의 방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그 방의 문을 다시 열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치유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그 기억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