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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Oct 24. 2022

자동차의 '세계 최초'

    증기기관부터 내연기관을 거쳐 현재 전기,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자동차는 수많은 분야에서 발전과정을 거쳐왔다. 그 발전과정들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최초'는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겨왔던 몇몇 요소들의 최초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수많은 '최초'들 중 아래 다루는 요소들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한 것들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동차의 몇몇 요소들의 시작점을 보며 조금 더 자동차와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 : 올즈모빌 커브드 대시 러너바웃

사진출처: https://greasebook.com/blog/this-week-oil-gas-history-august-21/oldsmobile-curved-dash-1901/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라고 하면 많은 이들은 '포드 T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컨베이어 시스템의 도입으로 가격을 낮추고, 규격화 등에 성공하면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는 올즈모빌 커브드 대시 러너바웃(Curved-Dash Runabout)이다. 랜섬 E. 올즈는 1897년에 세운 올즈모터 비히클 컴퍼니(Olds Motor Vehicle Company)에 이어 투자를 받으면서 1899년 올즈 모터 웍스(Olds Motor Works)를 설립한다. 1901년부터 이 회사에서 생산한 올즈모빌 커브드 대시 러너바웃은 주요 부품들이 표준화되어 교체 가능했고, 그 생산 과정에는 조립 라인이 도입되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포드 T형이 1908년에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7년이나 빠른 시기에 대량생산 자동차가 나타난 것이다. 


2. 세계 최초 강철 차체의 도입 : 닷지

    1차 모빌리티 혁명 이전 인간은 두 다리를 이용해 이동했다. 특별한 운송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활동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가축의 힘을 빌려, 특히 말의 힘을 빌려 이동하게 되는데 이를 1차 모빌리티 혁명이라고 한다. 1차 모빌리티 혁명부터 자동차가 등장한 2차 모빌리티 혁명까지 마차는 매우 긴 시간 운송수단의 역할을 했다. 긴 시간 마차를 이용해왔기 때문에 초창기 자동차는 마차와 유사한 면이 많았다. 특히, 우리가 현재 이용하는 자동차와 달리 초창기 자동차는 나무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차체를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게도 많이 나가고 사고가 났을 경우 부러진 나무로 인한 위험성도 존재했다. 철로 만든 차체를 최초로 만들어낸 자동차 회사는 닷지(Dodge)이다. 강철로 만든 차체를 도입하면서 목재로 만든 자동차보다 무게를 줄일 수 있었고 내구성 또한 높아졌다. 닷지가 강철 차체를 도입한 이후 여러 자동차 회사들도 자동차에 강철 차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3. 세계 최초 디젤 승용차 : 메르세데스-벤츠 260D

사진출처: mercedes-benz-publicarchive.com

    디젤엔진은 실린더 안에 공기를 흡입, 압축시켜 고온, 고압의 상태로 만든 후 액체 연료를 분사하여 자연발화시켜 피스톤을 작동시킨다. 디젤엔진은 높은 연비와 출력이라는 장점을 지니지만, 소음과 냄새 방출, 그리고 무엇보다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이라는 단점을 지닌다. 현재는 요소수를 사용하여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수증기로 분해하는 기술을 사용한 디젤엔진을 사용하지만, 초창기 디젤엔진에 이러한 기술이 탑재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여타 엔진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발전과정을 거쳐왔고, 산업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디젤엔진을 최초로 사용한 승용차는 무엇일까?

    디젤엔진을 최초로 사용한 승용차는 메르세데스-벤츠 260D이다. 디젤엔진은 1893년 R.디젤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크기와 무게 때문에 선박, 광산 공장용 엔진으로만 사용되었고 자동차에 쓰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1922년 자동차에 쓰일 수 있는 디젤엔진이 만들어졌고, 벤츠는 6기통짜리 엔진을 메르세데스-벤츠 맨하임(Mercedes-Benz Mannheim)에 장착했다. 하지만, 이 자동차는 엔진 작동에 따른 엄청난 진동 때문에 실패작으로 끝났다. 이후, 4기통 엔진을 자동차에 장착했고 이 자동차는 1936년 베를린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 260D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최초로 디젤엔진을 장착한 상용화된 승용차'라는 타이틀은 메르세데스-벤츠 260D가 가져가게 되었다.


4. 세계 최초 알루미늄 휠 탑재 자동차 : 부가티 타입 35

사진출처: www.bugatti.com

    휠은 차량의 중량을 지지하며 노면의 진동, 충격 등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타이어 다음으로 노면과 가깝기 때문에 차량이 달리면서 받게 되는 원심력과 충격 등을 견뎌야 한다. 따라서 휠은 그 강도가 매우 높아야 한다. 더 나아가, 휠은 그 무게에 따라 주행성능에 영향을 준다.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벼운 휠이 필요한 이유다. 가볍고 단단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요새 휠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알루미늄 휠의 역사가 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알루미늄 휠이 실질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초로 알루미늄 휠을 탑재한 자동차는 부가티 타입 35이다. 부가티 타입 35는 1924년 리옹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서 처음 등장했으나 당해에는 기술적 문제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동차는 부가티의 레이싱 모델들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이 자동차가 거둔 성적에서 알 수 있다. 부가티 타입 35는 경주 대회에서 1,000번이 넘는 우승을 거뒀으며, 1926년에는 전 두 해의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그랑프리 세계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뒀다. 부가티 타입 35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알루미늄 휠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얇은 스포크로 된 휠을 사용하는 대신에 부가티는 1924년부터 알루미늄 휠을 자동차에 장착했다. 1924년의 저조한 성적을 바탕으로 부가티는 휠을 개량했고, 공기 흐름 등을 개선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언급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부가티가 알루미늄 휠을 사용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알루미늄 휠이 보편화된 것은 1960년대가 되어서였다.


    '최초의'라는 말은 흥미롭다. 이전에 없다가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첫 모습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동차에는 당연히 있는 요소들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혁신이었고, 그 혁신이 지금까지 발전을 거듭하며 당연히 들어가는 요소가 되었다. 현재 새롭게 개발되는 최신 기술들이 미래 어느 시점에는 '최초의'라는 타이틀을 갖고 사람들에게 역사의 산물로 소개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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