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튜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법적 규제들이 존재하기에 튜닝 문화가 그리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같은 경우 자동차 튜닝은 하나의 서브 컬쳐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튜닝은 차량을 개조해 개성을 드러내거나, 성능을 높이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튜닝은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었지만, 현재 튜닝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피치스(Peaches)이다.
피치스는 자동차 스타일링 문화를 브랜드화했다. 문화를 브랜드화한 사례는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반스'와 '슈프림(Supreme)'을 들 수 있다. 두 브랜드는 과거 엄청난 유행을 몰고 왔던 스케이트보딩 문화를 브랜드의 코어 벨류로 삼았다. 두 브랜드는 '스케이트 보딩'이라는 컬쳐 코드를 보여주는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반스와 슈프림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만, 피치스는 어떤 브랜드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를 컬쳐 코드로 설정한 피치스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알아보자.
* 피치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종종 'Peaches'라는 스티커를 붙인 차량들을 발견할 수 있다. 차량 스타일링에 관심이 있고, 레이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피치스는 익숙한 브랜드일 것이다. 피치스는 차량 스타일링 문화에만 집중하지 않고 '스트릿 카 컬쳐'를 다양한 서브 컬쳐들과 융합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이 브랜드는 자동차 문화를 주도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시작되었다.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특히 서울에서는 2021년 성수동에 오프라인 전시매장 '도원'(D8ne)을 열었다. 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전시,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도원'(D8ne)은 피치스가 그려나가는 라이프스타일 문화가 가시화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 어떤 걸 하는 브랜드인데?
2021년 11월 29일 자 에스콰이어 코리아에 실린 여인택 피치스 대표의 인터뷰 내용 중 피치스가 하는 일에 관한 내용은 흥미롭다. 여인택 대표는 피치스가 하는 일을 정해놓지 않았다. 카테고리를 정해놓는 것은 그 자체가 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한다고 말했다. 여인택 대표의 인터뷰 내용처럼 '피치스'라는 브랜드가 하는 일은 딱 잘라 정의하기 힘들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자동차'라는 컬쳐 코드를 갖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브랜드라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피치스의 직원들이 뮤직비디오 감독, 패션 디자이너, 비주얼 아티스트, 프로듀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은 피치스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피치스는 대표적으로 패션과 음악 관련 산업에서 주목받는 브랜드이다. 단적으로 2018년에 나이키는 피치스를 주목해야 하는 브랜드로 선정한 바 있다. 음악 관련 산업에 관해서는 뮤직비디오나 피치스 영상 속 음악 등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 힙합 아티스트들이 젊은 층이 좋아하는 '플렉스(flex)', 슈퍼카와 '힙함'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피치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다. 국내 힙합 뮤직 비디오에서 자동차에 피치스 스티커가 붙은 것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피치스가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와 아티스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문화가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 콜라보레이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피치스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브랜드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자동차를 놓고 있다. 이러한 컬쳐 코드에 다양한 브랜드들이 반응하고 있다. 피치스는 다양한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는데 그중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RWB
RWB는 RAUH Welt BEGRIFF의 약자로서 일본의 포르쉐 전문 바디킷 업체이다. 피치스를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바로 이 업체와 관련이 있다. 앞서 말한 에스콰이어 코리아와 여인택 대표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RWB 행사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갔고, 이를 계기로 RWB와의 연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행사 모습을 담은 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피치스를 세상에 알렸다.
�코카-콜라
2022년 세계적 음료 회사인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크리에디션'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를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선택한 콜라보레이션 브랜드는 피치스였다. 성수동에 있는 '도원'(D8ne)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행사를 진행했는데, 행사장에는 코카-콜라 로고가 붙어 있는 국내 1호 RWB인 포르쉐 993 바토가 전시되었다. 이 외에 다양한 굿즈들도 한정판으로 소개되었다.
�플레이스테이션
2022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대표적인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과 피치스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그란투리스모 7' 출시를 맞아 '도원'(D8ne)에 '그란투리스모 7 x 피치스'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그란투리스모 7'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을 실제로 전시하기도 했다.
�AOMG
국내 힙합 레이블 AOMG는 피치스와 협업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서는 피치스와 AOMG의 협업 의류와 차량용 스티커, 가방 등의 협업 컬렉션 상품이 판매되었다. 뿐만 아니라, 두 브랜드가 협업하여 디자인한 미니카도 있었는데, 성수동의 '도원'(D8ne)에서는 이 미니카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멕라렌 675LT가 전시되기도 했다.
하나의 서브컬쳐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는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피치스는 하나의 자동차 문화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소위 '힙함'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되어가고 있다. 문화와 브랜드가 만났을 때 그 브랜드가 갖게 되는 파급력을 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피치스라고 생각한다. 성수동에 가게 된다면 '도원'(D8ne)을 방문해 피치스가 그리는 비전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