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만남-조용히 걷는 길 위에서

보리이삭 사이로 흐르는 바람

by 아리에

바람이 인사하듯,

오늘도 스치듯 지나갑니다.



보리이삭 사이로 흐르는 바람이

손끝에 사각사각, 가볍게 인사를 건넵니다.

손바닥으로 이삭들을 조심스레 스치며

나는 천천히 걷는 이 길이 참 좋습니다.


익숙한 흙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다 보면

푸른 잎사귀들이 조용히 땅 위로 내려앉고,

그 아래 들풀은 바람 속에서도 고요히 숨을 고릅니다.

이름 모를 작은 꽃잎들이 소리 없이 피어 있는 그곳에서,

나는 작은 근심 하나,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보랏빛 제비꽃 한 송이가

가느다란 줄기를 세운 채

살며시 고개를 숙인 채 피어 있습니다.

그 보랏빛을 헤치고,

참새 몇 마리가 총총히 뛰어오르다

동그란 몸을 실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논두렁 사이 기와집 굴뚝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귓가에 머뭅니다.


나는 그 길 위에 서서

하늘과 바람, 자연의 흐름 속에

나 자신을 천천히 내려놓습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 새싹들이

푸른 싹을 밀어 올리며

자연은 말없이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힘으로 하루를 피워냅니다.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지만,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방식으로.


그렇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이 길 위에서

나의 삶도 함께 걸어갑니다.

지치고 흔들렸던 날들도,

잠시 멈춰 섰던 순간들도—

이 자연과 함께할 때,

나는 다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햇살처럼 나를 조용히 품어주는

나의 집이 있습니다.


그 집 안에는

엄마의 보살핌과

아빠의 인자함,

오빠의 장난스러운 웃음이 이어지는

그 따뜻함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길을 따라,

그 기다림 속으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소녀의 손끝에 머물던 보리이삭 하나,

그날의 감정과 함께

지금의 나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오래도록, 잊지 말라고.





《 글의 길을 따라 흐른 눈동자가

마음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손끝의 터치로 다가와 주어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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