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에게는 나만 아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얼굴의 점이다. 오른쪽 눈썹 아래, 눈 바로 위에 위치한 점은 일반적인 점과 달리 갈색으로 옅게 퍼져있어서 언뜻 보기엔 브라운 아이섀도우같은 형상을 띤다.
"자기야 여기 눈 위에 뭐가 묻어있네. 어머! 이게 왜 안 지워지지?"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종종 얼굴에 뭐가 묻었다며 내 점을 지워보려 하기도(?) 했다. 나였으면 절대 발견 못할 나의 작은 점을 알아봐 주는 게 당혹스럽기보다는 신기하고 웃기다. 또 이런 적도 있었다.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사진사 옆에 앉아 수정하는 걸 같이 지켜봤는데, 얼굴 여기저기에 난 뾰루지와 함께 나의 점을 포토샵으로 슥 지워버리는 게 아닌가.
"안돼요.. 그 점은 지우지 말아 주세요."
사진사는 갸우뚱하며 ctrl, z를 눌러 내 점을 다시 복원시켜 주었다. 눈물점이나 미인점같이 예쁜 점도 아닌데 왜 그것을 안 지우는지 의아했으리라. 사실 나는 그 점에 꽤 애착이 있다. 그 점은 우리 송씨네 가족점이기 때문이다. 아빠와 오빠는 각각 팔과 다리에 비슷한 모양의 점을 공유하고 있다. 밀크커피 반점이라고도 불리는 이 갈색점은 가족력의 영향을 받아서 생기기도 한단다. 옛날 어느 티비 프로그램에서 입양 보낸 아이를 못 알아보다가 몸에 있던 점을 보고 엉엉 울며 껴 앉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점으로 인해 우리 가족도 그렇게 연결되어 있는 것만 같다. 엄마는 송 씨가 아니라 점이 없으니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최근에 피부과에서 얼굴의 각종 점과 기미를 뺴는 시술을 받았다. 혹여나 의사 선생님 눈에는 내 갈색 점이 치료해야 할 대상처럼 보일까 봐 이 점은 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얼굴에 더 작은 기미는 어떻게든 없애고 싶어 하면서 그 왕기미 같은 점은 뭐 그리 소중하다고 지켜내려 하는지 갑자기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점이든 좋게 보고자 하면 좋은 점이니 얼굴에서 미워하던 것들도 조금 더 예뻐해볼까 한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는 그 점이 싫었던 거 같기도 하다. 눈 위에 있는 점은 가뜩이나 콤플렉스였던 짝눈을 더 부각해 주는 존재였다. 눈썹, 점, 눈의 양쪽 위치가 묘하게 달라서 내 얼굴이 아수라 백작 같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그 점 덕분에 사진을 찍었을 때 어디가 오른쪽 얼굴인지 쉽게 찾아낼 수 있어서 편리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내 갈색 점이 꽤 근사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삼십년동안 정들었나 보다.
요즘에는 문득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의 몸에도 이 갈색점이 있을까 궁금하다.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그 아이는 그 점을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