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2

by 송생님

“너네 집 만두가 우리 집 만두랑은 맛이 다르네, 늘 먹던 맛 같고 맛있다.”


우리 집 만두를 처음 먹은 날 그녀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우리 집은 내가 어릴 적부터 명절이면 송편 대신 만두를 빚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떡을 싫어하던 딸내미의 식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이 어느덧 몇십 년 된 우리 집의 풍속이 된 것이다. 집에서 담근 잘 익은 김치를 주재료로 하여 만두 속은 꽉 채우기보단 만두피의 맛을 즐길 수 있게끔 살짝 여유롭게 빚는 것이 핵심이다. 만두를 빚는 날은 솥에 넣어 쪄먹지만 날이 지나면 영 그때 맛이 안 나기 때문에 냉동실에 보관하여 이따금씩 구워 먹는다. 나에게 이 만두는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최고의 음식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집에서 담근 김치로 만든 음식이기 때문에 손님도 맛있게 먹을지는 늘 의문이 드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 나는 친구집에 저녁을 먹으러 가도 김치는 잘 먹지 않았다. 김치는 (우리 집이 특별히 맛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집 김치가 아니고서야 낯설고, 그 집 특유의 향이 배어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랄까. 인생에 그렇게 낯설어하면서 피한 것들이 김치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원래 남의 집 김치는 잘 안 먹거든. 근데 맛있네.”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다니. 아주 낯선 집의 김치에서 편하고 익숙한 맛이 난다는 것은 평생을 서로 다른 김치가 축적된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그날 이후로 뜻대로 잘 안 풀리는 날에 우리 집 와서 만두 먹을래? 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였다. 그리고 나도 종종 그녀의 어머니가 담갔다는 열무김치를 이질감 없이 맛있게 먹었다.


나에게 사랑이란 가족이나 연인을 향한 것, 아주 때때로 가여운 자를 향한 연민 정도가 느껴본 사랑의 전부였다. 그러니까 사랑은 나에게 너무 과묵하고 무거운 감정이었다. 그런데 이 관계를 고찰하며 우정도 일종의 사랑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프로이트도 울고 가는 정신분석 심리학 프로그램이자 인간 다큐멘터리인 <나는 솔로>도 그녀의 관심사와는 영 멀지만, 그게 그렇게 재밌냐며 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같이 봐주는 마음도 사랑이 아니라면 뭐겠는가.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그것까지 사랑이라고 다시 정의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그녀에 대해 이렇게 얘기를 했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사람이 좋은데, 그 사람이 꼭 그런 사람이라고.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녀가 어떤 면에서 나를 배려해주고 있는지는 막으려 해도 막아지지 않는 찐만두 냄새처럼 느껴지곤 한다. 내가 참기름병을 떨어트려서 온 집안이 난리가 났던 날에도 집에 와서 밥 먹고, 같이 치우자며 먼저 말해주던 날을 기억한다. 집이 온통 고소해졌다며 맛있겠다며 웃을 수 없었다면 나는 그날 물걸레질을 하며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었을 것이다. 서로의 집에서 밥을 먹이고, 마음이 복잡한 날 허튼소리뿐인 산책길을 동행하던 시간들이 지금을 살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그립다. 타고난 사교성 없이도 나를 그저 나로 존재하게 만들어주는 그녀 덕분에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녀를 잘 살아가게 만드는 존재의 일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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