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8코스, 눈앞에 가치를 무시할 때

왜 행복을 쳐다보고도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by youlive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이번 17에서 18코스까지 언제 갈 수 있을까 고민과 걱정이 있었는데, 드디어 이번 2026년 1월 17일~18일, 이틀 동안 날을 잡아서 가게 되었다. 특별한 점은 이 구간코스가 포항의 마지막 구간이라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포항 해파랑길을 걷는다는 것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만큼 추억도 많이 쌓여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 것도 같다.



이번 코스는 길이가 두 코스 모두 만만치 않았다. 해파랑길 17코스는 길이 18km, 소요시간 약 6시간 30분, 난이도 보통이며, 송도해변 -> 포항여객선터미널 -> 여남동숲길 -> 포항영일신항만 -> 칠포해변까지이다. 해파랑길 18코스는 길이 18km, 소요시간 약 6시간 30분, 난이도 쉬움이며, 칠포해변 -> 오도리해변 -> 월포해변 -> 화진해변까지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했을 때 18코스가 17코스보다 좀 더 난도가 있었다.





역방향으로 우리 두 모녀는 해파랑길 18코스부터 출발을 하기 시작했고, 그다음 날에는 남은 18코스를 걷고 17코스까지 걸어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언제부턴가 해파랑길을 가기 전에 코스를 어떻게 가야 좀 더 안전하고, 여유롭고, 편하고, 즐겁게 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계획을 짜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만큼 해파랑길 여행은 코스를 짜는 것에도 재미와 즐거움이 느껴져서 더 좋다. 역시 해파랑길 여행은 매력이 있다.



1박 2일, 18코스부터 첫 시작을 했다. 포항시외터미널에서 5000번 버스를 타고 송라정류장 정류소에서 내린 다음, 30분 정도를 걷고,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다음에 그 자리 근처에서 '18코스 시작'을 했다. 18코스는 물이 맑고 수심이 얕은 여러 해변을 걸을 수 있는 것이 포인트다. 역방향으로 18코스부터 걷게 되었다. 걷는 내내 고개를 돌려서 왼쪽을 보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펼쳐져 있다. 반면에 오른쪽은 다양한 마을 풍경을 즐겨볼 수 있다.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늘 그렇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행복감으로 나의 마음은 가득 차 있어야 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인간의 변덕스러운 마음이다.



무엇보다 해파랑길을 가는 이유는 당연히 아름다운 바다의 경치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사실 그 부분을 간과하기도 한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소리없이 자동차가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길을 터주기 위해 자리를 비켰다. 그 차는 정차를 하더니 한 50~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분들 4명이 내렸다. 그분들은 내리자마자 감탄을 했다. 그분들이 만약 오랜만에 바다를 본다면? 하늘에서는 눈부신 햇빛이 반짝반짝 비치는 데다가 그 햇빛이 바다를 비추는 덕에 푸른 바다의 눈부심이 더 황홀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놀랐던 점은 나의 반응이었는데 '그렇게 좋은가?'라는 의문점이 순간 들면서부터였다. 바닷길을 끼고 걷다 보면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를 늘 볼 수 있는 반면에 그 지속되는 풍경 때문에 '바다를 보는 순간의 감격'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죽은 다음 내가 있는 곳이 천국인 것을 깨닫게 된다면 (물론 천국이 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얼마안가 곧 지겨워서 그냥 지옥 같은 현실이 훨씬 더 낫다고 중얼대거나 투덜거릴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마음은 그토록 무섭기까지 하다.



내가 눈앞에 있는 가치를 보는 것을 어느 순간 무시한다면 나는 또 무너질 것이고, 혼란에 빠질 것이며, 방황을 할 것이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이것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할 것이다. 순간 바다가 아름답지 않고 지루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해파랑길을 왜 시작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어느 순간 들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걷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날 소중함을 다시한번 더 느끼라고 세상이 전해주는 듯 했다. 액땜이라도 하듯 나는 물건 하나를 잃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해파랑길 18코스 중간이상을 지나서 숙소에서 머문 뒤에 다음날이었다. 아침 6시는 해가 뜨기 전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존재가 있는데 그것은 '헤드랜턴'이다. 그런데 아침에 숙소를 떠나기 직전에 헤드랜턴을 넣었던 '보조가방'을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전날 저녁 6시 정도에 숙소에서 15~20분 정도 멀리 떨어진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보조가방에 헤드랜턴을 넣은 채로 숙소를 떠났기 때문에 보조가방에 분명히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지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때 반짝이는 물건 한 개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것이 박살이 나 있었다. 잃어버린 헤드랜턴이었다. 순간 너무나 절망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다. 만약에 폰이나 신분증과 카드가 들어있는 카드지갑을 잃어버렸다면 큰일 났을 테니까.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사실 엄마께서는 상당히 아쉬움을 드러내셨다. 왜냐하면 구매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가격도 꽤 나갔기 때문이다.



엄마께서는 물건 하나라도 허투루 버리거나 잃어버린 적이 없으신 분이셨기 때문에 속상할 만도 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잘못은 했지만 내가 아직까지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다.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소중하면서도 가치가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왜 그것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을 눈으로만 바라보고 있느냐이다.





앞에 있는 것을 별로라고,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마음이 들수록 인생에 의미를 가득 담지 못하고, 이것은 인생을 허투루 살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다시 나는 눈을 떴다. '내 앞에 있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함부로 여기지 말자'라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때였다. 가끔씩 인기가 있는 해변에 가보면 사람들이 가득 차있다. 70대 이상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두 분이서 "멀리서 어떻게 걸어서 여기까지 오냐."며 박수를 쳐주셨다. 순간 긍정적인 자존감으로 내 마음이 가득 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부끄러움도 느꼈다.



내가 왜 해파랑길을 선택했고, 이 길을 걷고 있으면서, 백수인채 해파랑길이나 다니고 있다고 이렇게 나 스스로 또 깎아내리는 생각을 했을까. 전부 다 부질없고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냥 해파랑길을 완주한다는 집념하나로 계속 나아가면 된다. 걷기에 집중하면 어느덧 도착할 것이다. 아침 7시가 넘자 구름사이로 해가 뜨기 시작했다. 추운 세상이 다시 밝게 그리고 붉게 세상으로 물들이고 있을 때 나는 '다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또 생겨났다.


해가뜨니 드디어 아침이 된 듯한 느낌이 들면서 해에 대한 가치도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나는 절대로 태양이 없이는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태양이 주는 에너지가 크다.

그날은 왜인지 모르지만 항상 늘 함께했던 아침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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