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짐'은 '진심'으로부터 나온다
이번 <슈퍼맨>은 코믹스와 슈퍼맨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와닿기 힘든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이건 "멋진" 슈퍼맨 영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멋진 척을 하지 않고 본연의 우스꽝스러움을 그대로 포용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빛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과감하고 대담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이런 유서 깊은 캐릭터로 모두를 만족시키는게 불가능한 것을 처음부터 인지하고, 확실한 비전과 의도를 가지고 방향성을 설정한게 매우 영리한 전략이었다고 보여집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경영 전략이기 이전에 제임스 건이 코믹스라는 매체와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담겨 있고,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통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지금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미국적 가치"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인간적인 슈퍼맨이 탄생한 만큼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어 묵직하게 다가올거라 생각합니다. 자한푸르의 자립을 도와주겠다는 명분으로 군사적으로 통제하려는 보라비아의 모습은 역사적으로 우리가 많이 목격해온 장면입니다. 그런 실제 국제적 분쟁 사이에서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또 진정한 강대국이란 어떤 것인지 등을 슈퍼맨을 통해서 얘기하고자 한 듯합니다.
거기에 막강한 힘을 가질 수록 더욱 더 배려와 연민의 시선으로 약자들을 돕고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슈퍼맨의 본질에 가장 다가가고자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임스 건은 원래 슈퍼맨의 빨간 트렁크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나 데이빗 코렌스웻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여러 복장 버전을 시도했고, 트렁크가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으로 스크린 테스트도 해봤어요. 그러던 중 데이비드가 한 말이 있었죠. 슈퍼맨은 아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거예요. 그는 외계인이고, 엄청난 능력을 지녔고, 어쩌면 굉장히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싶어 하고, 희망과 긍정의 상징이 되고 싶어 하죠. 그래서 프로레슬러처럼 옷을 입는 거예요. 사람들을 두렵지 않게 만들고, 희망과 긍정을 보여주는 방식으로요.
슈퍼맨의 복장이 본질적으로 약간은 유쾌하고 장난기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부정하고, 그것을 억지로 진지하게 보이게 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우스운 일이에요"
이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엉뚱하고 우스꽝스럽지만 평범한 시민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코믹스의 본질, 그리고 더 나아가 슈퍼맨의 본질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슈퍼맨이 자칫 미성숙하고 약해보일 수 있지만,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정의해보는 계기를 관객들에게 마련해주고자 하는 듯 합니다.
나도 그 누구보다 인간이야. 나도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도 한 걸음씩 내딛으며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해. 매번 일을 망치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인간다운거고, 그게 내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야.
결국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이 "인간다움"입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며 그 노력들이 모여 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그 희망. 그런 인간다움, "휴머니즘"이 인간이 가진 고유의 힘이라는걸 이 영화는 말하는 듯 합니다.
2013년작 <맨 오브 스틸>의 화려한 비주얼과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당한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보고 적잖이 실망하시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요. 저 역시 비주얼만 놓고 보면 당연히 <맨 오브 스틸>의 손을 들어 주고 싶지만, 이번 <슈퍼맨>은 곱씹을 수록 여운이 점점 더 남는 작품 같습니다.
잭 스나이더의 비주얼에 완벽히 반대되는 밝고 쨍한 채도 높은 컬러팔레트와 우스꽝스런 유머로 가득하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그 어느 영화보다도 무겁습니다. 하지만 주제가 무겁다고 해서 꼭 영화의 톤도 같이 무거워야한다는 법은 없다는걸 제임스 건은 수차례 관객들에게 보여줘 왔습니다.
대단히 새롭거나 혁신적인 연출은 아닐지라도,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본질을 되찾고자한 그의 시도와 그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결과물은 그 자체로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가장 미국스러운 캐릭터가 2025년에는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지, 그리고 현재 그 어느때보다도 혼란스러운 미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고결한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제임스 건의 해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영화란 개인적인 취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긴 하나 이 영화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본다면 보다 더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솔직한 감상평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상 곰 크루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