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끝 없는 투쟁'
드디어 많은 이들의 올해 최고 기대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모든 시네필들의 최애 감독인 폴 토마스 앤더슨(이하 PTA)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인데요. PTA 작품중 최고 제작비인 1억 3천만 달러 이상이 투입되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베니시오 델 토로, 숀 펜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캐스팅 라인업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입니다.
1. 이제는 PTA의 시간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말했듯 이제는 PTA의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시네필들이 좋아하는 감독이 아니라 이제는 월드클래스 거장으로써 발돋움하기에 충분한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모두의 인생작이 될거라는 말은 섣불리 못하겠지만,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영화라 점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번 작품이 생각 이상으로 '찐' 블록버스터라는 점입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저 예산 많이 들인 예쁜 영화가 아니라, 정말로 스펙터클이 가득한 엄연한 액션 영화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기에 아이맥스 또는 돌비 등 특별관 관람이 생각 이상으로 중요할 것 같은데요. 특히 미친 음악, 미친 삽입곡, 미친 사운드 디자인의 3단 콤보로 사운드가 너무너무 중요한 영화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생각보다 직관적인 풍자,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패밀리 다이나믹
또 놀랐던 점은 예상만큼 굉장히 정치적이지만 또 걱정만큼 과하게 꼬거나 은유하지 않고 직관적인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어쩌면 PTA 영화중에 가장 직관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기까지 한데, 이유인 즉슨 정치적 이념과 사상의 충돌은 사실 표면일 뿐, 결국 극의 주된 원동력은 패밀리 다이나믹이기 때문입니다. 결국엔 부자관계, 부녀관계, 가족연대가 코어를 이루며 극을 이끌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프로파간다 영화 또는 특정 정부를 풍자하는 영화에서 그치지 않고, 꽤 진한 감동까지 챙길 수 있는 작품인데요. 이는 정치적인 부분에 대한 호불호를 어느 정도 중화시킬 수 있는, 관객이 이 영화를 받아들일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3. 신들린 연기 앙상블
디카프리오가 평이해보일 정도로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어마무시합니다. 많은 이들이 벌써부터 거론하는 것처럼 숀 펜은 내년 아카데미 수상이 거의 확정적인 듯 한데, 65세의 나이에도 스테로이드를 꽂은 듯한 연기와 피지컬이 가히 압도적입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빌런 중 한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고요.
항상 그렇듯 베니시오 델 토로도 어딘가 나사가 살짝 풀린 것 같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중후함이 인상적이고, 테야나 테일러 역시 굉장한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여기에 애플 TV <무죄 추정>에 이어 이제 두 번째 작품을 맡게 된 신예 배우 체이스 인피니티까지 굉장히 성숙한 연기를 펼치며 캐스트 모두가 완벽한 앙상블을 이룹니다.
캐스트 앙상블은 오로지 배우의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 걸맞는 각본과 연출, 편집까지 모든 부분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결과물이죠. 캐스트 앙상블이 좋다는건 각본의 힘이 엄청나다는 뜻으로 해석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4. 마무리하며
앞으로 블랙 코미디 영화가 무엇이냐 물으면 앞으로 이 영화를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머의 농도와 그 뒤에 담긴 사회적 맥락의 깊이 면에서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재정립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은데요. 동시에 영화사에 길이 남을 카체이스 시퀀스가 하나 나오는데, 이 장면 하나 만으로 액션 코미디 장르를 재정립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절대로 한 장르에 국한된 작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장르적 혁신 뿐만 아니라 <브루탈리스트>에 이어 또 한번 비스타비전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비주얼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비스타비전 붐이 이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국내에서 70mm로 관람하지 못해 한스러울 뿐입니다.
정리하자면 PTA는 팔색조가 아니라 거의 뭐 16색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능력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레인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거장의 탄생을 목도 한 것 같습니다. 상업적인 흥행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내년 어워드 시즌에서 아마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10월 1일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꼭 IMAX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