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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고나다 <빅 볼드 뷰티풀> 리뷰

대담하지도 아릅답지도 않은 처참한 졸작

by 곰크루즈

연초부터 기대를 많이 했던 콜린 패럴 X 마고 로비 주연의 <빅 볼드 뷰티풀>입니다. <콜럼버스>, <애프터 양>, 애플 TV <파친코>, 스타워즈 <애콜라이트> 등 빅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중인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 감독의 신작인데요. 올해 부산 국제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미리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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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후에는 코고나다 감독님이 직접 자리하신 GV 세션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참고로 이번 부산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 위원단 중 한 분으로 선정되시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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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전작들을 사랑하는 코고나다 감독님의 팬으로써 너무나도 실망스런 결과물이었습니다. 감정선과 인물들간의 관계는 무게감이 전혀 없으며 물론 스토리의 전개가 너무도 허무맹랑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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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도 싫지만 가장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때가 작년 <조커: 폴리 아 되>를 관람했을 때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 나고 있는 것인지,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인물들은 도대체 왜 이런 행동들을 하는 건지 등 영화 내내 물음표만 떠다녔고, 그 물음표들에 대한 그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채 엔딩 크레딧이 올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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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답을 GV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찾길 바랬지만, 그 어떤 해답 찾지 못했습니다. 늘어 놓은 내러티브적 장치들과 상징적 이미지들의 이면에 담긴 그 어떤 연결성과 일관성도 없었음을 깨닫고야 말았습니다. 그저 예쁘니까 예쁜거고, 판타지니까 판타스티컬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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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코고나다 감독의 가장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자로 잰듯한 구도와 탁월한 색감도 전작만큼 뛰어나지 않습니다. 약간의 정갈함은 유지하고 있지만 기억에 남는 샷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눈호강이라도 했으면 이정도까지 화가 안났을테지만 도무지 작품의 장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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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들 셋을 데려왔음에도 누구도 제 매력을 제대로 뽐내지 못합니다. 다른 그 어떤 배우로 대체되었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콜린 패럴과 마고 로비의 케미스트리는 내러티브적으로나 외모적으로도 맞지 않고, 피비 월러 브릿지는 단순 코믹 릴리프로 소모되는데에 그칩니다. 하지만 유머 코드가 워낙 이상한 나머지 제대로 웃기는 것조차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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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인 즉슨 각본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뜻입니다. 서사의 인과관계랄게 없고,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동기를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며 유머 코드조차 고장 나 있습니다. 각본을 담당한 세스 라이스는 영 <더 메뉴>에 이어 두 번째 영화 작업이고, 세스 마이어스 토크쇼를 비롯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집필한 코미디 전문 라이터입니다.


이렇게까지 혹평을 늘어놓을거라 상상 조차 하지 못했고 이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부국제 상영작들 중 티켓팅도 어려운 편에 속했어서 간신히 티켓을 구해 관람했고 어떤 방식으로든 이 작품을 좋아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올해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꼽고 싶을 정도로 장점을 찾기가 힘든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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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빅 볼드 뷰티풀>의 예산은 <애프터양>의 약 3배이자 <콜럼버스>의 8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다른 블록버스터들에 비하면 미비한 예산이지만 인디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치고는 넉넉한 편이죠. 그럼에도 평단과 대중 모두의 평가는 싸늘하기 그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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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앞으로 소니 같은 큰 스튜디오들이 코고나다 감독에게 1억 달러, 아니 500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주고 큰 프로젝트를 맡기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지 않나 싶습니다. 스타워즈 <애콜라이트>에서 그가 연출한 에피소드들도 코고나다만의 강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쯤 되면 오히려 적은 예산에서 그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다음엔 부디 인디 감성 낭낭한 가내 수공업같은 소규모 작품으로 재기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리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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