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위에 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우리
<제로 다크 써티>, <허트 로커>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최고의 여성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의 신작,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입니다. 이번 부산 국제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지난 9월 22일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에서 먼저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제이 켈리>를 같은 곳에서 관람 할때 음향이 너무 별로였던지라 걱정이 컸었는데, 다행히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상영 시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음향을 구현해냈습니다. 중간에 보완을 한건지 아님 전에 이상이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10월 8일 극장에서 한정적으로 상영된 후 10월 24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상영 스케줄 맞추기가 쉽지 않을거라는 판단 하에 미리 부국제에서 관람했습니다.
부국제는 특히 관객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어서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공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긴장감을 선사하기 때문에 통제된 관람 환경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작품의 플롯은 간단합니다.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한 '워커 대위"는 남편과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백악관으로 출근해 지하 상황실에서 근무 교대를 합니다. 하지만 이내 곧 믿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죠. 핵 탄도 미사일이 시카고를 향해 날아오고 있으며, 그들은 누가 발사했는지 빠르게 파악 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18분이라는 시간 동안 결정해야만 합니다.
그 18분이라는 시간을 여러 장소와 시점에서 비춥니다. 국방부 장관, 참모 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절체절명의 선택에 놓인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백악관 상황실, 포트 그릴리(탄도탄 요격 미사일 발사 기지), 대통령 비상 작전 센터(PEOC),미 전략사령부(STRATCOM)를 거쳐 외부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을 실은 차량 내부까지 오가며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죠.
이 영화는 이걸 세 개의 얽힌 시점으로 구성된 3막 구조로 나눕니다. 각 파트는 미사일이 충돌하기 직전의 순간을 끝으로 닫히며, 다음 장에서는 위기가 처음 시작된 시점으로 되돌아가 이전에는 주변 인물처럼 보였던 이들의 시각으로 사건을 다시 보여주는 것을 반복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렇게 같은 사건을 세 번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전달하다 보니 제 3막에서는 약간 늘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열린 결말로 영화가 끝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이 부분도 호불호가 갈릴 것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시간 동안 사람을 미치게 해놓고 확실한 해답을 주지 않는 다는 점에서 다소 김 빠진다고 느끼는 관객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글로의 정교하고 세련된 연출은 서사적인 단점을을 커버하기에 충분합니다. 섬뜩할 만큼 긴장감 넘치면서도 완벽히 엔터테인먼트적인 정치 / 전쟁 스릴러로써의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죠. 비글로우가 항상 그래 왔듯 폭발적인 시각적 스펙터클을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미친 듯한 텐션을 런닝 타임 내내 유지하는 비범한 능력이 어김 없이 발휘되었습니다.
비록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교훈적 영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전작들처럼 심오한 캐릭터 스터디와도 거리가 멀죠. 하지만 비글로우는 언제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핵'심적인 공포를 통해 온 두시간 내내 신경을 곤두서게 합니다.
그 어떤 전투씬보다도 세계 대전 발발 직전에 관료들이 주고 받는 대사들과,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양복 입은 사람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큰 선택을 내려야 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긴박한지를 잘 이해하고 있고 이를 십 분 활용합니다.
현재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될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일수록 통제된 환경 속에서 끊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극장에서 놓치신 분들은 넷플릭스를 통해서라도 이 수작을 온 몸으로 즐기시길 바라면서 리뷰 마칩니다.
[사진 출처: 동서대학교 - 직접 촬영, 영화 스틸 - 데드라인, 가디언,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