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리뷰

전소니 보러 왔다가 이유미에 감탄하고 이무생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드라마

by 곰크루즈
20250919_133515.jpg?type=w1
20250919_133506.jpg?type=w1
부국제에서의 이정림 감독, 전소니, 이유미, 장승조 배우

정말 간만에 한국 드라마를 공개일에 맞추어 쉬지 않고 정주행했습니다. <멜로 무비>로 입덕한 전소니 배우의 차기작이어서도 있지만,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처음 접했고 공개되면 꼭 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SE-eff5a82e-a3d2-4a4b-a2c7-81734fdbce73.jpg?type=w1
SE-85809254-f002-4f0e-ab27-d1454258444c.jpg?type=w1

개인적으로 미드와는 다르게 한국 드라마는 처음 1,2화에서 휘어잡지 못하면 빠르게 하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초반부터 저를 확 끌어당겼고, 시작 하루만에 8화까지 감상을 모두 끝마쳤습니다.

KakaoTalk_20251111_010420693_12.jpg?type=w1
KakaoTalk_20251111_010420693_03.jpg?type=w1

가장 감탄한건 바로 이유미 배우의 깊고 섬세한 감정묘사입니다. 많은 작품을 접하진 않았지만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을 수상했고, 동안 외모로 여고생 역할을 여러번 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요. 이번 작품을 보며 엄청난 배우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가만히 멍 때리는 표정이라던지 서서히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라던지 정말 간만에 한국 배우에게서 그런 완벽한 연기를 본 것 같습니다.

KakaoTalk_20251111_010420693_09.jpg?type=w1
KakaoTalk_20251111_010420693_10.jpg?type=w1

이무생 배우에겐 다른 의미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 그가 내뱉는 모든 대사 하나하나로 극의 공기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단히 극적인 감정 표현은 없었지만 은은한 카리스마로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휘어잡았습니다. 진사장의 중국 라이프에 대한 스핀오프 드라마가 나오면 너무 재밌겠다 싶을 정도로 진소백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단연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습니다.

KakaoTalk_20251111_010420693_04.jpg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단순히 "델마와 루이스" 하고 끝난게 아니라 모두가 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완결된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듭니다. 공권력의 안일함을 지적하면서도 그게 모든 범행의 면죄부가 되진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결국엔 공권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인공들을 마냥 미화하고 동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KakaoTalk_20251111_010420693_07.jpg?type=w1
KakaoTalk_20251111_010420693.jpg?type=w1

그도 그럴것이 이들은 단순 피해자가 아닌 방관자이자 가해자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이들의 감정에만 집중한다면 극의 몰입도가 깨지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그럴 뻔 했던적이 몇 차례 있지만 무난하게 극복한 편이며 그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레벨의 밸런스를 상당히 잘 잡은 편입니다.

KakaoTalk_20251111_010420693_05.jpg?type=w1
KakaoTalk_20251111_010420693_08.jpg?type=w1

막판에 사건의 전개를 꼬고 비틀면서 약간의 사족은 있었지만 꽤나 깔끔하게 잘 전개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두 회차 정돈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만 이정도로 압축해낸 것만 해도 한국 드라마치곤 아주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16화, 아니 12화 짜리도 금새 늘어져서 완주하지 못한 한국 드라마만 수두룩합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5-11-11_012956.png?type=w1
%EC%8A%A4%ED%81%AC%EB%A6%B0%EC%83%B7_2025-11-11_013009.png?type=w1

굳이 단점을 꼽자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특유의 채도높은 쨍한 색감입니다. 제발 작품 좀 봐가면서 쓰면 좋겠습니다. 제가 본 작품들이 그런진 몰라도 유독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들의 작품들이 컬러감이 너무 밝습니다. 작품의 톤과 너무 동떨어진 컬러 그레이딩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겠네요.

CYRH7ff-UMhE7NJa6mT-DUNOxHFK8gIej_cvS42htjD_2yghbWBw_OZ9m8E8IJBBcelhm0_skh5S.jpg?type=w1

제목 <당신이 죽였다>는 많은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노진표의 가족이 손가락질 받으며 "당신들이 오냐오냐하며 키운 탓에 아들이 죽은거야!"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사실은 실제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이런 안타까운 일들에 대해 쉬쉬하고 모른척하는 모든 방관자들에게 날리는 일침 같기도 합니다.

SE-20a37db5-a036-4214-ba64-5b58fd336191.jpg?type=w1
202511051203495150_l.jpg?type=w1

영어 제목인 <As You Stood By>(당신이 곁에 있었기에)도 참 와닿는 제목인데요. 얼핏 듣기만 하면 감동적인 로맨스 작품 같지만 희수의 관점에서 은수라는 인물이 곁에 있었기에 삶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노진표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그가 희수의 앞을 가로 막았기에 길고 어두운 터널에 오랫 동안 갇혀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또 진소백 같은 사람이 곁에 있어줬기에 희수와 은수 모두 새 삶을 찾을 수 있었고, 이 세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어주면서 서로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하며 묘한 치유 과정을 겪습니다. 훨씬 더 네 인물의 복잡한 관계성을 드러내는 포괄적인 제목이 아닌가 싶네요.

KakaoTalk_20251111_010420693_11.png?type=w1

정리하자면 정말 간만에 집중해서 본 웰메이드 한국 드라마입니다. 공중파나 지상파 TV로 넘어갔더라면 너무너무 아쉬웠을 것 같을 정도로 넷플릭스였기에 가능했던 표현력과 퀄리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한국 드라마들을 시청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 출처: 부국제 현장 - 직접 촬영 / 기타 -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파이낸셜 뉴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