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베이커 부국제 GV 후기까지
쩌우스 칭이 감독을 맡고 션 베이커가 제작을 맡은 <왼손잡이 소녀>입니다. 이번 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처음으로 개설된 경쟁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되어 지난 9월 22일에 미리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쩌우스 칭 감독님과 프로듀서 션 베이커, 그리고 출연한 배우분들까지 부산을 찾아 함께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션 베이커 감독님은 2015년작 <탠저린> 이후 슈퍼스타가 되어 다시 부산을 찾아주셨습니다.
<왼손잡이 소녀>는 어린 소녀 '이칭'이 아버지에게 왼손은 ‘악마의 손’이라서, 왼손으로 하는 일은 ‘악마의 일’이니 왼손을 쓰지 말라며 혼나게 되면서부터 생기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비롯된 제목입니다. 이칭은 언니와 엄마와 함께 타이베이의 좁은 집으로 이사온 후 야시장에서 조그만 국수 가게를 열어 생계를 유지하게 되는데요. 두 딸의 성장 스토리와 더불어 동양 특유의 대가족 문화에서 펼쳐지는 패밀리 드라마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이칭을 연기한 아역 배우 '니나 예'가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영화 대부분이 그녀의 순수한 시선에서 펼쳐지는 만큼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많이 연상케 하는데요. 사실상 쩌우스 칭과 션 베이커의 '타이페이 프로젝트'라고 해도 될 만큼 두 작품이 맞닿아있는 지점이 많습니다.
극 중에서 '이안' 역을 맡은 마 쉬 유안은 쩌우스 칭 감독이 인스타를 DM을 통해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데뷔작인데도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텐션을 잘 유지합니다.
작품 자체는 전체적으로 통통 튀는 발랄함과 어른들만이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이면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많은 션 베이커 작품이 그러하듯 역시 성적으로 착취되는 인물이 등장하며 결국엔 이용당하게 되면서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게 됩니다.
하지만 베이커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 영화 속에서 악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인물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가장 매정하고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기 팍팍한 세상 속에서도 인물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 매번 인상적입니다. 그게 가족이 되었던 뭐가 되었던 어떤 원동력에서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이 인물들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영화를 관람하는 대부분의 관객들보다 더 힘든 상황에 쳐해 있는 인물들도 상처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용기를 얻습니다. 그게 바로 션 베이커식 희망의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왼손잡이 소녀>는 오래된 동양 미신과 동양식 대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가족 문제 등을 잘 버무려 아주 매력적인 휴먼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월 12일 극장 개봉 이후 11월 28일에 공개되니 기회가 되신다면 꼭 확인하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사진 출처: 부국제 현장 - 직접 촬영 / 그 외 - 부국제 홈페이지, 네이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