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야속하게도 원테이크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결혼 이야기>, <화이트 노이즈> 이후 노아 바움백 감독과 넷플릭스의 네 번째 협업작 <제이 켈리>입니다. 정상에 오른 탑 배우 '제이 켈리'가 지나간 날들의 기억을 돌아 보며 실수를 바로 잡고자 한다는 코미디/드라마인데요. 이번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어 한국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고, 저는 지난 9월 22일 센텀 IMAX 관에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받은 인상은 영화로 바움백 특유의 짜임새 있고 사람 냄새나는 각본과 명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극의 분위기와 조지 클루니의 중후한 재치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며, 여기에 아담 샌들러와 로라 던, 빌리 크루덥이라는 빛나는 조연 라인업이 클루니를 완벽하게 받쳐줍니다.
노아 바움백의 작품들의 열렬한 팬으로써 이번 작품 역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는데요. 전작들의 연극같은 쫀쫀하고 소박한 연출이 바움백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면, 직전 작품인 <화이트 노이즈>와 이번 <제이 켈리> 같은 경우엔 조금 더 시네마틱한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 배우에 관한 이야기이자 바움백의 시네마에 대한 헌사가 약간 들어간 작품이라서가 아닌가 싶은데요.
몇몇 후기들을 보면 너무 자기 세상에 갇혀 있다, 또는 톱스타가 징징거리는걸 왜 관객이 보고 있어야하냐 같은 의견도 봤고 어느 정도는 이해 합니다. 소재 자체가 다소 진부한 감은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나이대에 있는 중년이라면 공감할 부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자 인생에 대한 회환에 대한 인간적인 스토리이기 때문이죠.
Can we go again?
영화 그깟게 뭐라고 가족에게까지 소홀하며 인생을 바쳤나 싶겠지만 누군가 나를 보고 "당신을 보면 내 인생이 보여요", "제발 늙지 말아주세요" 라는 말을 듣고서 어찌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대본을 든 가방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는 오지 않을 "켈리-켈리 쇼"를 조금 더 지켜볼걸 하는 아버지로써의 후회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잔인하게도 원테이크입니다. 컷이나 테이크 2 따위는 없죠. 그저 매일 눈 앞에 놓인 치즈케익들에 항상 감사해하고, 있을때 충분히 즐겨야 할 것입니다.
35mm 필름으로 찍은 따뜻한 화면 질감도 한 몫 하지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음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라이트>, <석세션>, <안도르> 등을 작업한 니콜라스 브리텔이 담당했는데, 묘하게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사람 냄새 나는 사운드트랙이 영화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프랑켄슈타인>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수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비록 약 2주 뒤면 넷플릭스에 공개되지만, 여유가 되신다면 노아 바움백의 위트와 따스함을 큰 스크린을 통해서 느끼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이 켈리>는 오는 11월 19일 극장 개봉 후 12월 5일 넷플릭스 공개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 imdb,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