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흉측함
9월 19일 진행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프랑켄슈타인> GV 상영회에 다녀왔습니다. 무려 전 세계 최초 IMAX 상영회와 더불어 30여분 간의 Q&A 세션, 여기에 감독님께서 관객 한 분 한 분 싸인과 함께 스몰토크까지 해주셨던 정말 꿈만 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과연 작품은 어땠을까요?
1. 델 토로 역대 최고작
개인적으로 델 토로 감독의 최고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염 없이 눈물을 쏟고야 말았는데요. 순수한 영혼을 가진 흉측한 존재들에 대한 연민을 그 누구보다 잘 이끌어내는 ‘델 토로 매직’의 정점을 보여 주는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고어함과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눈살이 지푸려지기는 커녕 기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한데요. 아마 델 토로 감독 본인이 가진 순수한 영혼이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순수함과 절대악 모두를 완벽하게 담아내는 제이콥 엘로디의 엄청난 퍼포먼스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촬영 때마다 10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거쳐 본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음에도 눈빛과 우월한 피지컬로 모든 감정의 스펙트럼을 표현해냅니다. 앞으로도 그의 인생 연기로 길이 남지 않을까 싶네요.
오스카 아이작은 언제나 그렇듯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악역 전문 배우들 크리스토프 발츠와 찰스 댄스의 중후한 연기부터 현 시대의 호러 퀸 미아 고스의 순수한 연기까지 화려한 캐스트의 명품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여기에 알렉산더 데스플라의 아름다운 음악, 완벽에 가까운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 디자인을 통해 델 토로만의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해냈죠. 모든 레벨에서 엄청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작품의 메세지
이번 작품은 "남성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 합니다. 엘로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의 한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괴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라 대답한 바 있는데요.
아버지를 통해, 또 사회를 통해 잘못된 남성성이 대물림 되면서 인간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파괴적으로 만드는지, 그리고 단순한 친절 하나가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보듬고, 고통을 이해하고 모두를 용서하는데에 이르게 된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 될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죠.
3. 델 토로 감독에게 프랑켄슈타인이란?
이번 작품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 가지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매주 일요일 교회를 다녀와서 집에서 괴물영화를 챙겨보던 델 토로 감독은 오래 전부터 "프랑켄슈타인"이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작품임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렇게 특별한 작품인 만큼 어린 나이에 멋 모르고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밝혔는데요. 영화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고 '진정한 용서'라는걸 이해할수 있게 된 지금에서야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하죠.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의 관계 뿐만 아니라본인이 아버지로써 겪었던 경험들까지 녹여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델 토로 감독이 GV를 마치며 관객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MAY THE MONSTERS BE BEAUTIFUL IN YOUR LIFE!"
(여러분의 삶 속 괴물들은 부디 아름답길 바라며!)
우리 삶 속 괴물들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선 그 괴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가장 중요하겠죠.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고,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포용해주라는 능동적인 말을 재치 있게 돌려서 말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가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20년 이상 고군분투한 만큼, 그의 모든 인생 철학과 작품 세계가 총망라된 델 토로표 종합 선물 세트와도 같은 엄청난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10월 22일 일부 극장들에 한해 상영 후 11월 7일 넷플릭스에 공개되오니 가능한 가장 큰 스크린에서 이 마스터피스를 관람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면서 리뷰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