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우리 집 냉장고에는
맥주 세 캔이 있다.

아버지와 술

by 한낮의 초록별

어제 저녁 식사 전 남편은

"당신 맥주 한잔 어때? 한 캔 다 먹기는 많아서."

나는 단호하게 나는 안 마신다고 했다. 맥주 1600ml를 매일 저녁 TV 앞에서 마시던 내 동생은 유방암 투병 중이고, 매일 저녁 1000ml를 TV 앞에서 마시던 나는 1년 6개월째 금주 중이다. 내 기역에 술과 우리 가문은 그리 좋은 인연이 아니다. 할아버지와 그 이전의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 집안의 그 많던 재산을 술 주정뱅이 조상 몇 명이 다 말아 드셨다는 흉흉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왔었다. 내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아버지와 술의 인연은 이렇다. 아버지는 작은 마을의 몇 안되던 공무원이셨고 우리 마을 면사무소에서 근무하셨다. 아버지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술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근하시고 점심때쯤 되시면 술이 취하셔서 집으로 와서 낮잠을 주무셨다. 면사무소에서 아버지를 찾는 전화가 집으로 왔다. 그럼 우리는 아버지가 시키신 대로

"아버지 집에 안계신대요."

아버지는 51세에 처음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신체의 왼쪽 부분의 마비가 왔다. 그리고 회갑을 2달 정도 남긴 겨울에 두 번째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지금 우리 집 냉장고 안에는 맥주 세 캔이 있다. 냉장고 맨 위칸에 떡 하니 서 있다. 그리고 남편은 맥주 한 잔이 어떤지 나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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