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시작한 지 1년, 우리가 걸어온 시간과 앞으로의 방향
이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가 걸어온 시간을 천천히 되짚어보게 됩니다.
작년 12월,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무실을 만들고
공장을 찾고, 가죽을 고르고, 샘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앞으로 나아간 시간이었습니다.
비프리와 데이원은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의 첫 번째 신발이었고,
그 두 켤레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신발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첫 번째 약속이었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제품을 준비했고,
6월을 지나 무신사 엠프티와 자사몰을 통해
조심스럽게 세상에 신발을 내놓았습니다.
그 이후의 3분기와 4분기는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판매, 재고, 운영, 자금, 선택의 연속.
사업이라는 단어가
결코 낭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배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BASEBALL CLUB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다른 시도를 했습니다.
신발을 중심에 두되,
야구라는 문화적 언어를 빌려
브랜드의 세계를 확장해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야구 용품 기업 야구광의 시와의 협업도 진행했습니다.
커스터마이징된 글러브를 함께 기획하고,
그래픽과 포스터, 의류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며
신발을 중심으로 한 캠페인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실험해본 시간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콜라보를 한다’는 의미를 넘어,
서로 다른 산업과 언어가 만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하나의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BASEBALL CLUB을 통해 분명해진 건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신발이라는 명확한 중심을 가진 상태에서 확장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것.
그래서 지금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시 신발로 돌아와 있습니다.
구조를 보고,
라스트를 보고,
착화감을 다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6 상반기 프로젝트, ‘기원’.
아직 구체적인 형태를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분명한 방향은 있습니다.
‘기원’은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다시 묻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적인 미감은
화려함보다 여백에 가깝고,
과시보다 절제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그 감각을
장식이나 상징이 아닌
구두의 구조와 비례 안에서 풀어내고 싶습니다.
불필요한 선을 줄이고,
형태의 균형을 정리하고,
라스트의 흐름을 다시 다듬는 것.
‘기원’의 라스트는
발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구조를 목표로 합니다.
오래 신을수록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착화감이 더 좋아지는 구두.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답해보려 합니다.
2026년의 칠링세레머니클럽은
2025년보다 조금 더 넓은 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 BASEBALL CLUB과
야구광의 시와의 협업을 통해 얻은 경험은
‘확장은 방향이 있을 때 의미가 생긴다’는 확신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협업 역시
단순히 이름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발이라는 중심을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우리는 이제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를 넘어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방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발이 만들어지는 과정,
고민의 맥락,
선택의 이유를
조금 더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나누는 시간들.
형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같은 기준과 같은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은
우리에겐 증명의 해라기보다
확인의 해였습니다.
이 길이 맞는지,
이 방식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인지,
이 기준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지.
완벽하지 않았고,
쉽지 않았으며,
때로는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우리는 빠른 브랜드보다
오래 남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것.
2026년의 칠링세레머니클럽은
더 많은 말을 하기보다
더 정확한 신발을 만들고 싶습니다.
유행을 좇기보다
기준을 세우고,
확장을 꿈꾸기보다
기초를 다지는 시간.
‘기원’은
그 다짐의 시작이 될 프로젝트입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모든 신발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선택.
우리는 그 선택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발 한 켤레로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급해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그러나 멈추지는 않겠다는 마음으로
파도에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음 해를 향해 그리고 지속적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
‘기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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