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바꾸는 작은 구조의 힘
아침에 현관 앞에 놓인 구두를 바라보는 그 순간,
당신의 표정은 어떤가요?
혹시 모르게 굳어지는 그 표정이,
정말 구두가 불편해서일까요?
아니면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구두는 원래 불편하다”는 인식 때문일까요?
혹은, 구두라는 구조 자체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 때문일까요?
저희는 구두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이 질문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인식과 경험, 구조가 서로 얽히며
‘구두=불편하다’는 오래된 공식을 만들어 온 것이죠.
구두를 신었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닙니다.
여러 조사와 연구에서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신발 관련 소비자 불만 분석」(2015)에 따르면,
신발 관련 소비자 불만 사례 중 약 24.6%가
‘착용 중 통증’ 혹은 ‘구조·디자인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2015 신발 관련 소비자 불만 분석 보고서)
특히 아시아인의 발은 서구인의 발과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전족부 너비: 서양인보다 평균 2~4mm 넓음
발등 높이: 상대적으로 높아 압박감 발생 가능성 큼
발 길이 대비 발볼 비율: 발볼이 넓어 전통 드레스 라스트에 불리함
이 차이는 서구형 라스트(Last)를 그대로 적용한 구두를 신었을 때,
앞꿈치 압박, 발가락 변형, 발등 조임으로 이어집니다.
([출처: Park et al., 2015. Anthropometric characteristics of Korean feet and their application to footwear design. Ergonomics])
보행할 때 발의 앞부분(전족부)에는
체중의 약 60~80%가 순간적으로 실립니다.
전통적인 드레스 구두는 발끝이 지면과 거의 평행하거나
아래로 기울어져 있어
이 하중이 발가락과 발볼에 집중됩니다.
그 결과, 구두를 신은 지 오래 지나지 않아도
압박과 피로가 누적됩니다.
([출처: Gefen, A. et al., 2000. The biomechanics of plantar soft tissue. Journal of Biomechanics])
일반적인 구두 인솔은 얇게 마감됩니다.
겉보기에는 단정하고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장시간 착화에는 불리합니다.
충격 흡수와 쿠션 기능이 부족해
서 있거나 많이 걷는 날에는
발 피로도와 통증이 가중됩니다.
([출처: Luximon, A., 2013. Footwear Design. CRC Press])
칠링세레머니클럽이 구두를 만들기로 했을 때,
저희는 디자인보다 구조를 먼저 설계했습니다.
저희가 찾고자 한 건
신는 순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이어지는 구두였습니다.
토스프링(Toespring) 각도의 균형
토스프링은 구두 앞코가 지면에서 살짝 들린 각도를 말합니다.
저희는 평균 12~14도의 토스프링을 적용해
발 앞쪽 압박을 줄이고, 발 롤링을 자연스럽게 이어주었습니다.
토박스(Toebox) 공간 확장
아시아인 발 폭 데이터를 반영해
토박스를 기존 드레스 구두보다 넓혔습니다.
발가락이 자연스럽게 퍼지고,
혈액순환이 방해받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인솔(Insole) 구조 개선
기존 인솔 대신 오솔라이트(Ortholite) + 라텍스(Latex) 조합을 적용했습니다.
오솔라이트 : 통기성, 항균·방취 기능, 장시간 유지되는 쿠션감
라텍스 : 뛰어난 탄성과 복원력으로 충격 흡수 및 반발력 제공
라스트(Last) 자체 설계
아시아인의 발 구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등 높이, 전족부 폭, 발가락 길이 비율까지 반영한 라스트를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진짜 편안한 구두’는
단순히 유행에 맞춘 디자인이나
값비싼 소재를 사용했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발 구조에 맞춘 라스트,
걷기 편한 각도와 공간,
하루 종일 발을 지탱해줄 인솔.
이 세 가지가 만나야
비로소 ‘하루를 완성하는 구두’가 됩니다.
부산의 시작한 저희의 실험은
결국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있습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편안하게 하는 구두를 만드는 것.”
구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지만 불편한 아이템입니다.
저희는 그 불편함의 원인을 연구하고,
구조를 다시 설계해,
당신의 하루에 편안함을 더하고 싶습니다.
다소 거창한 포부지만
언젠가, ‘편안한 구두’라는 말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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