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켤레의 표정은, 가죽에서 시작됩니다

칠링세레머니클럽이 바라보는 구두의 재료 이야기

by chillingceremonyclub

우리가 ‘구두의 표정’이라고 부를 때,

그건 단순히 겉모습이나 디자인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가죽이 가진 질감, 색감, 광택,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모두 합친,

그 신발이 세상에 건네는 첫인상이자 성격을 의미합니다.


KakaoTalk_20250806_143803596_02.jpg 초기 신발을 만들기 위하여 테스트 해왔던 가죽 샘플


광택 있는 블랙은 날카롭고 정중한 표정을,

투톤 브라운은 깊고 부드러운 표정을,

매트한 가죽은 담백하고 편안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서 칠링세레머니클럽이 구두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건 구조나 디자인이 아니라

“이 한 켤레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입니다.


그 표정은 하루의 분위기를 바꾸고,

신는 사람의 발걸음을 완전히 다르게 합니다.




가죽의 세계 : 전통과 새로운 흐름


천연가죽(Leather)

소, 송아지, 양, 말, 사슴 등 다양한 원피를 무두질해 제작

신을수록 발 모양에 맞춰 변하고, 시간의 흔적이 쌓임

통기성과 착화감이 뛰어나 오래 신을수록 ‘나만의 구두’가 됨

관리가 잘 된다면 장시간 사용 가능


비건 레더(Vegan Leather)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는 인공·식물성 기반 가죽

파인애플 잎, 사과 껍질, 버섯 균사체, 재활용 페트병 섬유 등에서 생산

친환경·지속가능성 트렌드와 맞물려 주목받는 소재

물에 강하고 가볍지만, 내구성·표면 변화는 제조 방식에 따라 편차 존재

소재의 특성상 사용하기 어려운 제품 발생


합성피혁(Synthetic Leather, PU/PVC)

폴리우레탄(PU)이나 PVC를 표면에 코팅

다양한 패턴·색 구현 가능, 생산이 빠르고 저렴

그러나 통기성이 거의 없고, 내구성이 낮아 갈라짐·변색이 쉽게 발생

신발 내부에 열과 습기가 쉽게 차서 발 건강에 부담




우리가 합성피혁을 쓰지 않는 이유


겉보기에 매끈하고 단정해 보여도,

합성피혁은 시간이 지나면 변색·갈라짐이 생기고

발이 숨 쉴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를 오래 걷는 신발’로서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죠.

그래서 칠링세레머니클럽은 합성피혁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투톤 가죽, 시간의 색을 담다


KakaoTalk_20250806_143803596_01.jpg 칠링세레머니클럽에서 지속적으로 연구중인 가죽


우리는 단색보다 깊이 있는 투톤(2톤) 가죽을 즐겨 씁니다.

1970~80년대 클래식 슈즈 문화에서 사랑받았던 투톤 가죽의 감성을

지금의 언어로 다시 풀어냅니다.


입체감 : 단색보다 깊고 풍부한 시각적 매력

시간의 흔적 : 신을수록 자연스러운 색 변화

스타일 유연성 : 격식과 캐주얼을 모두 소화


이 컬러링은 대량 공정이 아닌

브러싱과 손작업으로 색 농도와 그라데이션을 조절합니다.

그래서 같은 색상명이라도

각 켤레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갖게 됩니다.




컬러 브랜딩과 개인 커스터마이징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우리는 단순히 색을 고르는 수준을 넘어,

가죽의 색을 의도적으로 벗겨내거나 변형시켜

로고나 네이밍을 드러내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이 완성되면,

시즌 리미티드 컬러

프로젝트 전용 네이밍 디자인

콜라보레이션 한정판


등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컬러 마케팅’이 아니라,

가죽 자체를 하나의 브랜딩 캔버스로 활용하는 시도입니다.




부산에서, 로컬 가죽과 함께


칠링세레머니클럽이 사용하는 가죽은

부산의 가죽 도매 시장과 장인들을 거쳐 우리 손에 옵니다.

사상 무지개공단의 가죽 가공 공장

부산 도매시장의 가죽 상인들


이곳에서 우리는 시즌과 제품에 맞는 가죽을 고르고,

필요한 가공·마감·보호 코팅까지 함께 검토합니다.


부산에서 만든 구두가

부산의 가죽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친다는 건

단순한 로컬 자부심을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의 순환을 만드는 일입니다.




마무리 – 가죽은 하루를 기억합니다


가죽은 단순한 소재가 아닙니다.

그건 하루를 견디고, 시간을 기록하며,

당신의 걸음을 기억하는 표면입니다.


우리가 투톤 가죽과 정교한 마감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 표면이 당신의 하루를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가죽, 부산의 장인, 그리고 우리의 손길이 만나

한 켤레 안에 담긴 색과 표정이 완성됩니다.


칠링세레머니클럽은 앞으로도

부산에서, 부산의 가죽과 함께, 부산만의 표정을 가진 구두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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