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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은 Aug 11. 2022

운명? 운명!

단상

자신이 어떤 성격 유형에 속하는 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요청에 부응하듯이, 가볍게는 혈액형부터 유행하는 MBTI 같은 심리 검사, 서양의 에니어그램, 별자리 운세, 동양의 사주팔자, 사상체질 등등 수많은 인간 분류법이 있다.  


세상을 조각내어 바라보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인간의 오래된 기술이다. 통째로 인식하면 정보 처리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의 디지털 화. 허공에 금을 그어 숫자를 매기고 바라본 덕분에 에너지 효율은 좋아졌지만, 1과 2가 분명한 세상, 모호함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창조됐다. 한 사람의 독특성은 사라지고 분류된 우리만 남는다. 


말의 힘은 무섭다. ‘나는 A형이야’하고 이름을 붙이면 실제로 A형은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신통할 만큼 그 유형이 나열하는 특징은 나와 인생을 말끔하게 해석하고 정리해준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테두리에 나를 집어넣고 전적으로 맡길 때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의 문이 닫힌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유형은 과거와 지금의 나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미래 또한 실현시킨다. 그 유형에 딱 맞춰서.


인간은 다면적인 존재이고, 인생은 가능성을 사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방향은 무한하다. 내가 원하면 다른 쪽을 향해 발을 뗄 수 있다.


<닭mini-a>   46x46   혼합재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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