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
결혼과 육아는 나보다 가족이 우선임을 끊임없이 연습하는 과정이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결혼한 딸로서…… 그런 역할들에 충실할수록 나는 점점 더 내 욕구에 무뎌지고 내 욕망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예술가는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세세하게 파악하여 그것을 승화시켜 표현하는 데 소질을 가진 사람들이다.
내 안에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길들여진 내가 있고, 또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나르시시스트인 내가 있다. 하지만 절충이니 유연성이니 하는 수식어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기질 때문인지, 내게 두 정체성 사이의 관계는 마치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 쪽은 내려갈 수밖에 없는 시소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둘 사이를 어수선하게 오가며 오랜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두 아이가 모두 성인이 되었다. 덕분에 이제 나는 기꺼이 적극적으로 나르시시스트의 자리에 앉으려고 한다. 새 옷을 입었을 때처럼 설레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