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나는 예민하다. 자극을 받아들이는 촉수가 보통 사람들보다 배는 많은 듯하고, 화가로 살면서 그 감도 또한 점점 높아졌다.
민감한 사람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고, 듣지 못하는 것까지 듣고,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알아차리고, 머리카락 한 올이 피부에 닿는 자극에도 흠칫 한다. 이런 상태는 대상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깊이 있게 해석하는 예술 작업에는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데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자극이 감당되지 않을 때면 방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한동안 웅크리고 있다. 누에고치 되기. 내가 응급 상황일 때 삼키는 진통제 한 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