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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은 Aug 24. 2022

동사를 찾는 과정

그림 이야기

‘회화’를 전공한 내가 이런저런 재료를 자르고 붙이며 조형하는 작업을 보고 가끔 “왜 그리지 않는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나의 그림 여정을 살펴보면, 나에게 가장 적합한 동사를 찾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열정적으로 페인트를 뿌리고, 누군가는 섬세하게 선을 긋고, 누군가는 덕지덕지 물감을 바르고, 누군가는 차곡차곡 재료를 쌓는다. 모두 자신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몸짓이다. 


나는 손으로 꼼지락대며 만드는 걸 좋아한다. 잘 드는 가위로 뭔가를 자를 때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고, 실을 붙일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좋다. 가느다란 선이 모여 면을 메우는 느린 속도가 편안하고, 짧게 잘린 색색의 실들을 붙일 때면 입자 굵은 안료가 섞이는 걸 보는 듯하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편한 몸짓을 따라가다 보니까 지금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물새 시리즈>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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