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회화’를 전공한 내가 이런저런 재료를 자르고 붙이며 조형하는 작업을 보고 가끔 “왜 그리지 않는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나의 그림 여정을 살펴보면, 나에게 가장 적합한 동사를 찾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열정적으로 페인트를 뿌리고, 누군가는 섬세하게 선을 긋고, 누군가는 덕지덕지 물감을 바르고, 누군가는 차곡차곡 재료를 쌓는다. 모두 자신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몸짓이다.
나는 손으로 꼼지락대며 만드는 걸 좋아한다. 잘 드는 가위로 뭔가를 자를 때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고, 실을 붙일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좋다. 가느다란 선이 모여 면을 메우는 느린 속도가 편안하고, 짧게 잘린 색색의 실들을 붙일 때면 입자 굵은 안료가 섞이는 걸 보는 듯하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편한 몸짓을 따라가다 보니까 지금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