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무는 7년 동안 5미터 정도 자란 후 쓰러지고 직경 1미터, 무게 100킬로의 거대한 알뿌리만 남는다. 그리고 휴면기 뒤에 그 알뿌리로부터 지구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가 핀다.
높이 3미터 폭 1.5미터의 꽃은 파리를 유혹하기 위해 강한 시체 냄새를 풍기는데, 꽃의 크기 덕분에 멀리까지 퍼진다.
하지만 이 웅장한 드라마는 이틀 만에 끝이 난다. 거대한 꽃을 오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7년의 준비와 이틀의 만찬, 경쟁이 치열한 열대에서 일명 ‘시체꽃’이 세운 전략이다.
만물은 서로 다르고 그 차이 덕분에 세상이 펼쳐진다. 어떤 삶은 이해의 폭을 훌쩍 뛰어넘어서 감탄하거나 탄식할 수밖에 없다.
신비로운 존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신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