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가끔 대학 새내기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요즘 말로 하면 ‘아싸’였다. 동기들 중에는 그림을 매우 잘 그리고 포스 있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실기실을 가득 채운 그들의 센 기운에 주눅 들어서 겨우 과제 작품만 해 낸 후 나머지 시간은 동아리 방이나 도서관 등을 전전하며 뜨내기처럼 보냈다.
마치 실수로 다른 집의 문을 열고 들어선 듯 실기실은 불편하기만 했다.
궁리와 모색은 길이 막혔을 때 시작된다.
첫 발을 당당하게 내딛지는 못했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애쓰던 마음이 계속 그림을 그리는 데에 큰 몫을 했다.
그러고 보면 잘 하지 못함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