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만난 좋은 사람을
사회생활하면서 좋은 사람, 친구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만난 사람들 중 앞으로도 가까이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몇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계는 항상 변하지만, 이상하게 이 사람들만큼은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그들 앞에는 꽤나 대단한 단어가 붙는다. 마치 대명사처럼.
내가 새내기일 때부터 챙겨주던 제약 동문 선배. 지금은 모사 임원이시다.
그분 앞에는 ‘부지런함’이라는 단어가 선명하다.
“일은 그냥 즐겁게 해~”
늘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본인은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으면서도 단 한 번도 부지런함을 놓지 않으셨다.
새벽 출근은 습관이고, 누구나 싫어하는 동문 일은 15년 넘게 이어오셨다.
작년에야 총무를 내게 넘기시며 조금은 가벼워지신 듯했다.
나는 아직 그 부지런함의 발목에도 못 미친다.
3년 차, 내 옆자리 동료 언니.
그녀에게는 ‘Discipline’이라는 대명사가 붙는다. (우리는 외국계라 영어를 주로 많이 사용한다.)
함께 일하면서 붙여준 단어이지만, 본인은 Discipline이 가장 쉬웠다고 한다.
사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한 단어를 위해 엄청난 애를 쓴다.
그녀는 러닝, 독서를 멈추지 않고 꾸준히 단련하는 모습이 주변에 감화를 주곤 한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스타일도, 친절함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옆에서 나는 참 많은 걸 배우고 있어 고맙다.
건너편 부서의 브랜드 매니저 일명, 8살 많은 T형 파트너.
3년간 함께 일하면서 그의 감정이 크게 요동치는 걸 본 적이 없다.
함께 여러 좋은 파트너와 상사들을 떠나보내며, 그도 물론 힘들었겠지만 항상 성실하고 평정심을 유지했다.
나는 사소한 일에도 얼굴에 감정이 먼저 올라왔고, 불의라고 느끼면 쉽게 참지 못했다.
그는 한번 나에게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조언해 준 적이 있다.
나는 속으로 '원래 성격이 저렇게 타고난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또한 오랜 시간 훈련된 태도였을 것이라는 걸.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의 대명사는 무엇일까.
밝음, 긍정적, 에너제틱, 등의 형용사들을 들어보긴 했지만 아직은 하나의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쩌면 대명사는 어느 날 갑자기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면서 조용히 붙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그 과정에 있고, 좋은 대명사를 위해 고민하고 회고하며 노력할 뿐이다.
그득한 자기애를 조금씩 덜어내고 배우려는 겸손함을 갖추는 것이 나이먹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