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해석
요즘, 대부분이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나왔을 때나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을 때, 사진을 찍어 스토리나 게시글로 올린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장소 혹은 물건이라는 의미로 "Instagrammable"이라는 단어도 탄생했다. 최근에는 펜데믹 사태가 겹치면서 타인과의 대면보다 온라인 상의 교류가 증가했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관계 형성의 상용화는 페이스북이 시작했다.(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하버드 대학교 재학 중인 마크는 여자 친구 에리카와 헤어진 이후 몰두할 일을 찾는다. 그는 취한 상태에서 기숙사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한다. 친구 왈도의 도움으로 알고리즘을 짜고, 학생들의 사진을 사용해 페이스매쉬라는 서비스를 만든다. 이 일로 화제가 된 마크 저커버그. 소프트웨어 창업을 준비 중이던 윙클보스 형제와 디브야는 마크에게 접근한다. 아이디어를 들은 마크는 일주일 만에 페이스북을 개발한다. 페이스북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갈 때, 우연히 페이스북을 발견한 냅스터의 창업자 숀 파커는 마크를 찾는다. 숀과 만난 마크와 왈도. 숀과 급속도로 친해진 마크의 모습을 보며 왈도는 점점 소외감을 느낀다.
<소셜 네트워크>에는 술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오프닝 장면에서 마크가 에리카와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마신다. 결별 이후 마크는 맥주를 마시며 페이스매쉬를 개발하고, 숀과의 첫 만남에서 애플 티니를 마신다. <소셜 네트워크>에 나오는 술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독한 양주이고 둘째는 맥주이다. 먼저 독한 술부터 살펴보자. 애플 티니나 테킬라, 위스키 등의 술은 주로 숀 파커가 마신다. 겉이 화려하고 뛰어난 언변을 가진 그와 닮았다. 숀 파커와 마크의 클럽 장면을 기억하는가? 엄청난 노랫소리와 함께 술을 마시며 사업 이야기를 한다. 영화는 숀이 대화를 하면서 술잔을 비우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마크는 술잔을 들고 있을 뿐 단 한 번도 입에 대지 않는다. 이는 숀 파커와 마크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숀이 애플 티니를 마시는 장면은 보여준다. 반면 마크는 건배를 하거나 마시고 난 직후의 모습만 보여준다. 마시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숀은 위스키와 같은 사람이다. 위스키의 달콤한 향과 풍미에 이끌려 한 모금 마시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마시고 나면 독한 알코올 향이 올라온다. 숀은 독하고 깊으며 속을 알 수 없는 양주 같은 사람이다.
독한 술이 숀 파커를 상징한다면, 맥주는 마크를 상징한다. 창업 크루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간 마크. 그는 그곳에서 숀과 그의 애인을 만난다. 이때, 마크는 숀에게 맥주를 던진다. 여기서 맥주를 '던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누구도 양주는 '던지지' 않는다. 비싼 '조니 워커 블루'를 던지는 경우는 없다. 값비싼 양주(숀 파커)는 주로 웨이터가 쟁반에 받혀 전달한다. 맥주는 화려하지 않다. 도수가 높지도 않으며, 가볍게 마실 수 있다. 화려한 숀 파커와 달리 아직 미성숙하고 다른 느낌의 마크를 보여주는 술이다. 마크와 관계를 형성하는 이들은 모두 맥주를 마신다. 빌 게이츠의 연설이 끝난 후 기숙사로 돌아온 왈도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낸다. 마크와 함께 술을 마시며 관계를 쌓는다. 영화 시작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연인 관계인 마크와 에리카는 맥주를 마시고 있다. 에리카가 모욕감을 느끼고 이별을 고하는 시점에서 그녀의 맥주는 절반 가량 남아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숀 파커는 마크가 던진 맥주를 잘 받는다. 반면 애인은 받지 못한다. 두 번의 시도 모두 맥주병이 깨졌다. 당시 마크는 숀 파커와 왈도와는 성공적인 관계를 맺었지만, 술 병을 깬 연인과 다 마시지 않고 떠난 에리카와의 관계는 실패했다.
<소셜 네트워크>를 관통하는 대사는 "Wired in"이다. 창업 크루와 함께 사업을 확장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이 장면에서 개발자들은 전화가 와도,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려도 대응하지 않는다. 심지어 숀 파커가 개발 팀에게 인사를 건네도 거부한다. 마크는 그들을 보고 "Wired in"이라는 표현을 쓴다. 또한, 영화 후반부 마크의 배신에 분노한 왈도는 빠른 걸음으로 마크에게 향한다. 숀은 왈도에게 "He's wired in"이라고 말한다. Wire는 전선 혹은 선을 의미한다. 이 단어에서 유래한 숙어 "Wired in"은 '열심히 하다' 혹은 '무언가에 몰두하다'라는 의미이다. Wire를 조금 확장해보자. 전선은 둘과 둘 사이를 연결한다. 즉, 관계를 형성한다. 페이스북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탄생한 서비스이다. '연애 중'이나 '이상형'과 같은 설정이 추가된 이유는 바로 이 관계 때문이다. 사회관계 앱을 만든 마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
영화의 엔딩이 왈도와의 고소 현장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동시에 이 장면은 아이러니가 폭발하는 장면이다. 합의가 끝난 후 신참 변호사는 마크에게 다가온다. 마크는 변호사에게 저녁 식사 제안을 하지만, 거절한다. 마크는 남아서 일을 조금 마무리하겠다고 말한다(일에 Wire in). 변호사가 떠나고 마크는 그녀에게 친구 추가를 신청한다(인간관계 Wire in). 영화의 제목이 <페이스북>이나 <저커버그>가 아닌 <소셜 네트워크>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인 페이스북 그 자체를 의미한다. 또한, 마크가 실패한 사회적 관계를 의미한다. 변호사와의 저녁 식사를 실패하고, 친구 추가 거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의 관계 모두의 실패를 함축한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보며 쉽게 맺고 끊을 수 있는 피상적인 관계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마크에게만큼은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그가 CS 수업을 포기한 이유는 어려운 내용이 아닌 "U dick"이라는 한 장의 편지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