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 기자
LG "브랜드 사용료 안 받으면 배임"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 상호를 쭉 한번 훑어보자.
현대·삼성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전통 재벌가(家)의 기운을 받고자 이름을 따라 지을 것이라는 강한 추측이 나온다.
그런데 전통 재벌이라면 LG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낼 때 LG라는 이름을 많이 차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동네에서 LG부동산이란 이름이 하나둘 사라졌다.
이유가 뭘까.
LG그룹이 지주회사를 구축하면서 LG간판을 내건 부동산 중개업소에 일일이 내용증명을 보내 브랜드사용료를 내라고 독촉했다고 전해진다.
영세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간판을 바꿔달아야만 했다. LG이름을 고집하는 업소도 있지만 이들은 브랜드 사용료를 꼬박꼬박 바쳐야 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LG그룹이 그만큼 브랜드 가치 유지에 철저하다는 평을 내린다. 때론 브랜드 그 자체가 짭잘한 수익원이 되기 때문이다.
LG그룹이 92개 대기업 기업 집단 중 브랜드 사용료를 가장 많이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3545억원을 수취했는데, 2019년 한해만 빼곤 최근 10년내 연속 1등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9일 재계와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해 브랜드 사용료를 가장 많이 받은 그룹은 LG(3545억원)였다.
규모는 직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이어 SK(3109억원), 한화(1796억원), CJ(1347억원), 포스코(1317억원), 롯데(1277억원), GS(1042억원), 효성(617억원), HD현대(534억원), 현대자동차(521억원) 순이었다.
브랜드 사용료 그 자체는 상표권 소유자에게 사용자가 경제적 대가를 제공하는 행위이므로 위법이 아니다. 브랜드 사용료 많다고 해서 꼭 비난받을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룹마다 산정방식이 달라서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동원될 ‘약한 고리’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LG그룹은 그룹 지주사인 ㈜LG가 LG브랜드를 사용하는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한다.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매출액 기준으로 0.2%의 요율을 매긴다. LG 간판을 내건 부동산 중개업소도 이 기준에 맞춰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한다.
LG그룹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권을 소유한 회사가 무상 또는 현저히 낮은 가격을 브랜드를 사용하게 한다면 이는 부당 지원 또는 배임에 해당한다”며 “반드시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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