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잃은 체

by 유미애

윤!


너는 큰 병은 없었지만, 편도가 자주 부어서 열이 39도, 40도까지 올라 온몸이 불덩이가 되기도 했단다. 동네 병원도 자주 다녔고 병원을 다녀온 날이면 엄마는 물수건을 준비하고 열이 오르면 열을 내릴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수시로 너를 관찰했단다.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지.

네가 쓰러진 그날도 전날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에 병원을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네가 픽 쓰러지더라. 엄마는 너무 놀라서 너를 안고 큰 도로까지 뛰어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갔단다. 어떻게 택시를 탔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단다. 병원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사실을 깨달았지. 택시기사님께서 엄마의 몰골을 보더니 그냥 내리라고 말씀하시면서 치료 잘 받고 가라고 하셨다. 지갑만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맨발로 뛰쳐나왔다는 것을 그때 알았단다. 상상해 봐.


긴 머리를 날리며 이성을 잃은 체 죽은 듯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뛰는 젊은 여자, 맨발인 체로.....

엄마는 그때 택시를 타러 가기까지 너를 안고 뛰었다는 기억 외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단다.


너를 병원 응급실 침대에 눕혔고 엄마의 설명을 들은 의사 선생님은 간호사에게 뭔가를 지시하셨지. 잠시 후 간호사는 대야에 찬물인지 알코올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가득 가져오더니 너에게 뿌렸단다. 그랬더니 네가 눈을 번쩍 떴어. 한여름이었는데도 너는 입술이 새파래져서 아랫니와 윗니를 탁탁탁 부딪치며 오들오들 떨었지. 심장이 멈출 정도로 긴장했던 엄마는 눈 뜬 네 모습을 보고 엉엉 울었단다. 그렇게 어린 네가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가면서 엄마의 애간장을 태웠지. 너는 한참 만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되었고 의사 선생님의 진단 후 집으로 돌아왔단다. 그런데 다 나은 네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쉴 때 의사 선생님께서 한마디를 하셨지.


“아이가 장애가 올 수도 있으니 며칠 잘 관찰하세요.”


엄마는 청정 벽력 같은 그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예쁘고 사랑스러운 내 딸이 장애가 올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견디기가 힘들었단다. 너도 충격이 컸는지 평소에는 아파도 곧잘 놀더니 며칠은 가만히 앉아서 네 앞에 있는 장난감을 갖고 꼼지락거리기만 했단다. 너무 조용해서 골목에서 비눗방울 놀이하며 놀자고 했더니 뛰어놀지 않고 대문 앞에 앉아서 조용히 비눗방울을 불더라. 그렇게 며칠은 불안했지만 그 후 너는 원래의 활발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건강한 네 모습에 엄마는 기뻤단다.


사랑하는 딸!

네가 엄마의 심장을 몇 번 쥐락펴락했었지. 네가 쓰러지고 엄마는 이성을 잃은 체 맨발로 뛰어갈 정도로 네게 몰입했던 사랑을 조금은 기억해 주길 바라도 될까? 엄마가 네 감정을 눈치 채지 못하고 서운하게 만들 때, 엄마에게 불만이 생길 때, 네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엄마가 해주지 못할 때, 이럴 때 너에게 몰입했던 그 사랑을 기억해 주길 부탁할게. 그러면 엄마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 윤! 엄마는 지금도 그때처럼 변함없이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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