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네 결혼선물로 주기 위해 네 성장 스토리를 쓰다 보니 은근 사건·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네. 의식을 잃기도 했고, 차 사고가 나서 입원도 했고, 잃어버리기도 했으니깐 말이야. 몇 건의 사고가 있었지만 잘 자라줘서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른단다.
엄마는 너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부터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단다. 그날도 엄마와 너는 손을 꼭 잡고 길을 가고 있었는데 작은 트럭 한 대가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지도 않고 큰 도로에서 차를 휙 돌려 골목으로 들어왔고 피할 틈도 없이 트럭의 바퀴에 네 발이 밟히고 말았단다. 너는 놀라서 고함을 지르며 쓰러졌고 엄마는 더 놀라 비명을 질렀지. 서울 동부제일병원으로 이송이 되었고 너는 입원을 했단다. 저녁이 되니 네 발은 전체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발의 몇 배만큼 퉁퉁 부어올랐단다. 엄마는 태어나서 그렇게 시퍼렇다 못해 검은색이 된 멍들고 부푼 발은 처음 봤어. 엄마의 가장 큰 걱정은 다리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었단다.
한 달 반 정도 입원했던 것 같아. 그 기간에 친척들이 오고 많은 분이 병문안을 왔었지. 가족들은 자신들이 잠깐 애를 봐줄 테니 하루쯤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오라고 말을 하기도 했지만, 엄마는 네가 입원해 있는 동안 단 하루도 네 곁을 지키지 않은 날이 없었단다. 다른 가족뿐 아니라 네 아빠에게도 너를 맡기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어. 그 모습을 보고 병실에 계시던 분들도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도 말씀하셨지.
“하루쯤 댁에 가서 편히 쉬고 오세요. 병 생깁니다.”
특히 의사 선생님께서는 하루도 쉬지 못하고 너를 간호하는 엄마가 안쓰러운지 그러다 쓰러진다고 말씀하시면서 아빠에게 맡기고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오라고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하셨지만 엄마는 거절했단다.
이 글을 쓰는데 왜 눈물이 쏟아지는지......
당시에는 엄마도 여리고 겁 많고 세상 물정 몰랐던 순수한 사람이었단다. 네 엄마가 되고 나서는 아주 억척스러운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갓 서른을 넘기 엄마가 갑자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엄마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엄마는 엄마 같은 경험을 했을 거야. 하루쯤은 아빠에게 너를 맡기고 집에서 푹 잠을 자고 올 수도 있었는데 지금 같으면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해. 하지만 이런 상황이 또 온다면 그때처럼 똑같이 했을 것 같아.
사랑하는 딸!
처음 사고 났을 때 너는 1주일 정도는 통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를 못했어. 통증 주사를 맞고 괜찮아졌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또 아파하고 작은 아이가 그 고통을 견디는 것을 보고 엄마의 가슴은 찢어졌단다. 너는 그 상황에서도 아픔이 사라지면 재롱을 피워 그 병실에 계시던 분들에게 귀여움을 받았단다. 퇴원할 때 의사 선생님은 엄마에게 폭풍 칭찬을 해주셨단다. 젊은 엄마가 너를 대하는 태도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간호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말이야. 엄마로서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의사 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엄마는 큰일을 한 것처럼 뿌듯하기도 했어. 엄마와 너는 한마음이 되어 병원 생활을 잘 견뎠고 특히 네가 잘 참고 견뎌준 덕분에 한 달 반 만에 퇴원했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바퀴가 지나갔지만 뼈가 아직 말랑말랑한 시기라 다행히 잘 아물었다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성장판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켜봐야 한다고 하시니 네가 쓰러질 때처럼 엄마는 앞이 캄캄해졌다.
한쪽 발의 성장이 멈춘다면 다리를 절게 되는데 엄마의 암담한 표정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니?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너는 퇴원하는 게 즐거운지 병실 어르신들과 인사를 하며 재롱을 피우고 있었지. 퇴원을 하지만 사고가 났던 발은 부어 있었다. 앞으로 계속 그 상태로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지만 부은 상태로 퇴원했고 지금도 사고 났던 발과 그렇지 않은 발은 약간 차이가 나는 것을 엄마는 느낀단다. 다행히 성장에는 지장이 없었고 너는 별 이상 없이 잘 자랐단다. 네가 완전히 성장을 멈출 때까지 엄마는 늘 걱정을 했단다.
윤!
앞에서도 말했지만 너는 몇 번 엄마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었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해 이성을 잃을 때도 있단다. 부모들 특히 주 양육자인 엄마에게 예외가 있을까? 만약에 결혼생활 중 힘든 상황이 생긴다면 혼자 모든 것을 안고 가려고 하지 마. 남편, 가족과 함께 해결하기를 바랄게. 지금 엄마가 30대 초반의 엄마를 바라볼 때 아주 안쓰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아이의 양육을 비롯해서 모든 것은 남편과 함께하면 남편에게도 부성애와 가정에 대해 책임감이 더 생길 것 같아. 엄마 말 잘 새겨듣길 바랄게.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