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너

by 유미애

윤!


네가 엄마를 놀라게 한 사건 3탄이야. 엄마가 일이 늦게 끝나서 같은 동네 사시던 친할머니 댁에 너를 내려주라고 운행차량 기사님께 부탁했단다. 할머니께도 허락을 받았고 퇴근 후 너를 데리러 가니 할머니께서는 네가 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기사님께 전화드렸더니 너를 내려주었다고 하시고 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엄마는 혼이 나간 상태에서 일단 경찰서에 신고한 후 동네를 서너 바퀴 돌고 돌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네 인상착의를 말하고 다녔단다. 엄마가 미친년처럼 온 동네를 돌고 있을 때 너를 데리고 있다고 연락이 왔단다.


데이트하던 남녀 대학생이 차에서 내려 우두커니 서 있는 너를 길 잃은 아이인 줄 알고 파출소까지 데려다주었다고 하더라. 그 대학생들이 참 고마웠단다. 마음이 나쁜 사람이라도 만났다면 우리는 영영 보지 못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었잖아. 그날 이후 엄마는 모르는 사람은 절대 따라가지 말라고 교육을 철저하게 했단다. 이 사건은 너를 찾고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네게 할머니 댁을 아는데 왜 들어가지 않고 그 앞에서 서 있었냐고 물었더니 네 대답이 엄마를 몹시 아프게 했단다.


“친할머니는 아영이 언니만 예뻐하고 나는 미워해. 할머니는 나만 혼내. 그래서 할머니 집에 가기 싫어서 서 있었는데 예쁜 언니가 가자해서 같이 간 거야.”


작은 아이라고 아무것도 모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른이 하는 행동에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딸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어. 똑같은 손녀인데 그렇게 차별받았으니 할머니 댁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는데 엄마가 미처 그 감정까지 생각하지 못해서 미안했었어. 그때 할머니는 유독 시누이의 딸인 아영이만 예뻐해서 동서들끼리도 서운한 감정을 얘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너도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단다.


사랑하는 딸!

네가 이 일이 기억이 나는지 나지 않는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내가 했던 말은 엄마의 귀에 맴돌고 있어. 할머니가 너를 좋아하지 않으니 할머니 집에 가기 싫었다는 것, 아이를 키울 때 이 부분을 정말 조심해야 한단다.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실지 몰라.


“나는 똑같이 사랑했는데 걔가 왜 그렇게 생각했지.”


할머니는 모든 손자 · 손녀에게 똑같은 사랑을 주셨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 그러나 받아들이는 너는 할머니가 너를 미워한다고 생각했고 너도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았어. 할머니께서 준 사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네가 받아들이는 감정이 진짜 감정인 거지. 아이 셋을 키워보니 아이들을 키울 때도 그런 것 같아. 엄마는 사랑을 줬다고 생각하지만, 네가 받지 못했다면 엄마는 사랑을 주지 않은 거야. 아이들의 이런 감정을 잘 살펴야 괜찮은 엄마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윤!

엄마도 네게 아낌없이 준다고 생각했지만 늦둥이 동생 둘이 태어나면서 네가 서운한 감정을 많이 느꼈을 거야. 그렇지만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단다. 너를 잃어버렸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그만큼 너를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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