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애 Jan 15. 2021

우리는 부모입니다

   

  강의는 내용에 따라 재미와 의미를 두고 나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학폭 가해자 부모교육은 큰 의미를 두고 있고 좋아하는 강의다. 교육내용의 특성상 처음 강의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그 일이 뭐가 그렇게 잘못한 일이라고 교육까지 받아야 되냐고.”

  “장난 좀 친 걸 가지고 학폭 가해자라니..”  


  마음이 풀리신 다음 직접 이런 말씀을 하신다. 물론 모든 보호자가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억울함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계시는 분들이 많다. 부모 세 대 때는 친구에게 한 대 맞았다고 벌을 받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니 보호자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사회는 변했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중요시되는 요즘에는 타인에게 해를 입혔으면 당연히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분들이 현대사회의 변화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적용될 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강사로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그분들의 마음을 녹여 주는 일이다. 같은 부모로서 충분히 공감해 주고 나의 사례를 얘기해 준다. 라포 형성이 되었다 싶을 때 농담도 한다.  

   

  “저 진짜 괜찮은 강사랍니다. 오늘 제 강의를 들으시니 운 좋으신 거예요.”  

  

  보호자들은 믿거나 말거나 깔깔깔 웃으며 마음을 연다. 작년 보호자 교육은 D 교육지원청 강의를 마지막으로 했고 기억에 남는다. 이 교육을 진행할 때 어머님들이 많이 우신다. 그날은 아버님께서 울컥울컥 하시더니 결국 우셨고 한 번 터진 울음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아버님 말씀은     


  “강의를 듣다 보니 아이한테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공부가 전부인 줄 알고 아이의 모든 관계를 단절시켰는데 제가 아이의 인생을 망친 것 같아 너무 후회됩니다.”    


  난 부모님을 울리려고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법원 보호자 교육과 교육청 학폭 가해자 교육을 할 때는 우시는 분이 많다. 그동안 아이와 갈등 관계를 이어오면서 힘들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강의를 하니 위로를 받기도 하고 아이에게 했던 말과 행동에 후회와 억눌렸던 감정들이 올라왔을 것이다. 울음보가 터졌던 아버님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겠다고 했고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부모님이 눈물을 보이면 괜찮으니 마음껏 우시라고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속앓이를 이곳에서 풀기를 바라며 진행자로서 할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을 보낸다.    

 

  2021년 두 번째 강의를 줌으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K지원청 Wee센터 학폭 가해자 보호자 교육이다. 혼자 자녀를 양육하면서 경제활동을 하시는 아버님, 조손 가족으로 손자를 돌보시는 젊은 할머니 등 다양한 가족의 보호자가 참석했다. 오늘도 아버님께서 계속 울컥울컥 하셨고 자신이 발표할 때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시다 눈물을 보이셨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남자 혼자 두 아이를 키우기는 만만하지가 않다. 그분은 자녀 양육의 힘듦을 처음으로 타인에게 얘기했고 함께한 보호자들은 깊은 공감을 해주었다. 아버님뿐 아니라 참석한 모든 분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그분들의 스토리와 나의 강의가 함께하면서 풍부하고 재미나고 감동적인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부모교육과 교사 연수를 비대면 강의(방송 강의 포함)로 진행했다. 수강 평은 좋았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강의였고 늘 대면 강의와 대형 강의장이 그리웠다.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립지만, 오늘 온라인 강의의 만족감은 어느 강의 못지않게 만족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도시 내 고향 마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