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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Oct 11. 2021

오징어게임 달고나와 함께한 행복


늦잠을 자고 일어난 딸이 갑자기 달고나를 해 먹겠단다.   

  

  “갑자기 왜?”

  “오징어 게임에서 나왔는데 나도 만들어 먹고 싶어.”    

 

  SNS에 오징어 게임에 관한 글들이 자주 올라오는 걸 보면 온 국민이 오징어 게임에 홀릭 상태인가보다 생각할 때 딸은 온 우주가 오징어 게임에 열광한다고 말했다. 남들이 열광하지만, 드라마를 보지 못한 나로서는 열광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강의 준비하느라 딸이 알아서 만들어 먹겠지 싶어 모른척했다. 잠시 후 서재까지 단것의 탄내가 밀려 들어와 후각을 괴롭혔다. 부엌으로 가보니 프라이팬에 달고나를 만들어서 시커먼 돌멩이가 하나 놓인 것처럼 보였다. 탄 맛까지 더해진 달고나는 무늬만 달고나였다. 보다 못한 내가 시범을 보였다. 

  국자에 설탕 2스푼을 넣고 약한 가스 불로 가열하다 설탕이 옅은 갈색이 되었을 때 식소다를 넣고 저었다. 설탕을 뿌려놓은 오븐에 부어서 한 번 뒤집은 후 스텐 그릇으로 꾸욱 힘주어 눌러주니 달고나가 완성되었다. 별 모양, 달 모양까지 찍으면 좋겠지만 모양틀이 없어서 생략했다.

  20대 딸은 완벽한 달고나의 모습에 환호와 감탄과 달고나 만들기 달인 엄마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칭찬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고 또 보면서 칭찬과 감탄사를 멈출 줄 모른다.  

   

  ‘달고나를 만들었을 뿐인데 온 집안을 칭찬과 감탄사로 도배를 하다니......’

  ‘여태 내가 쌓아 올린 업적들에 이렇게나 과하게 칭찬을 한 적이 있었나?’      


   세대 차이로 아이의 행복 포인트를 알아채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느끼며 딸의 칭찬에 하이톤 목소리로 응답했고, 옛 추억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딸에게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는 그냥 달고나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달고나 만드는 기구를 사서 세 아이와 함께 나의 옛 추억을 나누었고 옹기종기 모여 달고나를 만들고 먹을 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이어져 딸의 새로운 추억으로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때 시끌벅적한 세 아이의 경기에 가까운 환호를 들으며 달고나 기술을 선보이고는 했다. 엄마인 내가 그 추억을 떠올릴 때 딸도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은 가족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이 순간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펼쳐지지 않았을까 싶다.

  휴일 아침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 만들기로 온 집안에 행복이 넘치는 순간을 맛봤고 딸과 함께 잠시 과거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행복이 별건가? 함께 달고나를 만들며 웃고 떠들고 놀며 새로운 추억을 쌓는 것, 이것이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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