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애 Oct 11. 2021

오징어게임 달고나와 함께한 행복


늦잠을 자고 일어난 딸이 갑자기 달고나를 해 먹겠단다.   

  

  “갑자기 왜?”

  “오징어 게임에서 나왔는데 나도 만들어 먹고 싶어.”    

 

  SNS에 오징어 게임에 관한 글들이 자주 올라오는 걸 보면 온 국민이 오징어 게임에 홀릭 상태인가보다 생각할 때 딸은 온 우주가 오징어 게임에 열광한다고 말했다. 남들이 열광하지만, 드라마를 보지 못한 나로서는 열광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강의 준비하느라 딸이 알아서 만들어 먹겠지 싶어 모른척했다. 잠시 후 서재까지 단것의 탄내가 밀려 들어와 후각을 괴롭혔다. 부엌으로 가보니 프라이팬에 달고나를 만들어서 시커먼 돌멩이가 하나 놓인 것처럼 보였다. 탄 맛까지 더해진 달고나는 무늬만 달고나였다. 보다 못한 내가 시범을 보였다. 

  국자에 설탕 2스푼을 넣고 약한 가스 불로 가열하다 설탕이 옅은 갈색이 되었을 때 식소다를 넣고 저었다. 설탕을 뿌려놓은 오븐에 부어서 한 번 뒤집은 후 스텐 그릇으로 꾸욱 힘주어 눌러주니 달고나가 완성되었다. 별 모양, 달 모양까지 찍으면 좋겠지만 모양틀이 없어서 생략했다.

  20대 딸은 완벽한 달고나의 모습에 환호와 감탄과 달고나 만들기 달인 엄마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칭찬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고 또 보면서 칭찬과 감탄사를 멈출 줄 모른다.  

   

  ‘달고나를 만들었을 뿐인데 온 집안을 칭찬과 감탄사로 도배를 하다니......’

  ‘여태 내가 쌓아 올린 업적들에 이렇게나 과하게 칭찬을 한 적이 있었나?’      


   세대 차이로 아이의 행복 포인트를 알아채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느끼며 딸의 칭찬에 하이톤 목소리로 응답했고, 옛 추억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딸에게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는 그냥 달고나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달고나 만드는 기구를 사서 세 아이와 함께 나의 옛 추억을 나누었고 옹기종기 모여 달고나를 만들고 먹을 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이어져 딸의 새로운 추억으로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때 시끌벅적한 세 아이의 경기에 가까운 환호를 들으며 달고나 기술을 선보이고는 했다. 엄마인 내가 그 추억을 떠올릴 때 딸도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은 가족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이 순간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펼쳐지지 않았을까 싶다.

  휴일 아침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 만들기로 온 집안에 행복이 넘치는 순간을 맛봤고 딸과 함께 잠시 과거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행복이 별건가? 함께 달고나를 만들며 웃고 떠들고 놀며 새로운 추억을 쌓는 것, 이것이 행복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부모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