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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Nov 14. 2021

나는 부모입니다.

학교폭력가해자 보호자특별교육

나는 부모입니다.    

 

주말인 오늘은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보호자 특별교육이 잡혀있어서 쉴 수가 없었다. 이번 주는 여주시에 2번, 대관령, 의정부까지 발바닥이 땀이 나도록 다녀서 몸이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놀러 가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강의 하러 가는 거니 벌떡 몸을 일으켜 나갈 채비하고 길을 나섰다.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려 강의장까지 가을을 가득 품은 단풍나무 길을 걸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귀한 사유의 시간이고 행복감 충만한 시간이다.     


오늘 강의는 학교폭력 가해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부모교육이다. 수요일에 금천구에서 오늘은 송파구에서 진행했다. 이 교육과 법원 보호자 교육은 보호자들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이다. 그러니 좋은 표정으로 강의장에 앉아 있는 경우는 없다. 자식이 셋인 나는 이 교육을 듣겠다고 앉아 있는 저 자리가 얼마나 가시방석인 줄 알기에 가장 마음을 주고 신경을 쓰는 강의이기도 하다. 강의목표는 마음 풀어주기, 자녀 이해하기, 자신을 사랑하기 세 가지이다. 세 가지를 다 충족시켜주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하고 싶다. 서울시교육청 Wee센터 한 곳에서 강의하다 소개로 여러 곳에서 강의하니 “예”라고 대답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강의장에 들어갔을 때 안면 있는 얼굴이 있었다. 혹시 실수할까 봐 “제 강의 들어보신 분 계신가요?”라고 질문했더니 그분이 손을 들었다. 올 초에 내 강의를 듣고 자신의 아이를 상담해달라고 부탁하셨던 어머니이다. 지금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해줬더니 관계가 좋아졌다고 했다. 왜 이 강의를 듣는지 여쭤보지는 않았다. 강의가 진행되고 몇 가지 활동을 했다. 강의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눈물을 훔치는 분도 계시고 중간쯤에서 흐느껴 강의를 잠시 멈추기도 한다. 오늘도 예외는 없다. 한 분 어머니께서 오랫동안 소리 내 우셨다. 다른 어머니들도 눈물을 흘렸고 강사인 나도 눈물이 고였다. 진행하는 강사이기 전에 어머니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공감을 하기에 눈물이 고인다.

    

아이들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어 보호자 특별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이 교육을 받으러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을 힘들어하며 지냈을지 안 봐도 보인다. 강의를 들으면서 흘리는 눈물은 자신을 공감해주는 강사의 말에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앓이했던 것이 터져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아이에게 잘못한 말과 행동이 미안해서 또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았던 치유 받지 못한 상처에 대한 눈물일 수도 있다. 강의 중에 눈물을 흘리면 맘껏 우시라고 말한다. 힘듦을 가슴에 묻어두지 말고 다 풀고 가시라고 말하지만, 어찌 마음고생 한 것을 짧은 시간에 다 풀 수 있겠는가?     

 

모든 부모는 내 아이가 별 탈 없이 학교생활 잘하고 좋은 대학을 가서 훌륭한 성인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부모가 꿈꾸는 대로 잘 자라주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이다. 자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교육을 받는 것은 부모를 떠난 자녀는 생각할 수 없고 부모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양육에 문제가 있든지 없든지에 상관없이 이런 상황일 때는 부모도 상처를 받았고 그만큼 위로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강의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속상한 부모의 마음을 풀어주고 자녀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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