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진심인 분을 만나 행복하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위해 강연을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청이 들어오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가서 선거강연을 한다. 예전처럼 대형 강연은 꿈이다.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선거연수원 초빙교수로 이 강연을 몇 년째 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장애인 선거강연을 좀 했다. 홍보하기도 했지만, 한 번 장애인 선거강연을 하니 소개에 의한 강연이 들어오기도 한다.
5년 전인가? 노원에 있는 다운복지관에서 선거강연을 진행했다. 담당인 한팀장님께 장애인들이 직접 후보가 되어 공약을 만들고 투표까지 하는 과정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더니
“가능할까요?”라고 질문했다.
나는 “가능하도록 해야죠. 한 번 해봐요.”라고 답했다.
다운복지관도 나도 의문을 가지고 한 첫 장애인 선거강연이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의 관심과 강연자인 나와 노원구선거관리위원회까지 총출동해서 강연이 진행되었고 구선관위에서는 투표 체험장까지 설치했다.
“우리나라의 주인은 누구일까요?”라는 첫 질문을 시작으로 민주주의에 대해서, 선거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강연을 한 후 직접 후보자가 되어 공약을 만들고 선거유세를 하고 투표를 진행하고 당선자 발표까지 하는 전 과정을 체험하게 했다.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어 직접 체험하는 선거강연은 처음이니 무척 재미있어했다. 다운복지관과 선관위 직원들도 모두 감동했다.
“할 수 있구나!”
우리는 모두 활짝 웃으며 기뻐했고 그 이후 다운복지관과 나는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매년 그곳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 선거강연의 성공을 직접 경험한 한팀장님의 소개로 더 많은 선거강연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강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오늘도 2회 진행했다. 명절 이후 첫 강연을 영등포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 진행했다. 센터가 생긴 지 2년째이고 이 강연은 처음이라 센터에서도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나는 확신을 주고 진행했다. 처음 하는 모든 센터에서는 의문을 가지고 나는 확신을 준다.
참 잘했다. 선생님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이용자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강연자가 봤을 때 참 보기 좋은 장면이다. 수강자들은 “재미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잘 따라와 줬다. 강연이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는데 센터장님이 오셔서 차 한 잔을 권하셨다. 센터장실로 자리를 옮겨 장애인의 선거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거강연에 아주 관심이 많으셨고 강연을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질문을 하셨다.
모든 질문은 선거법에 근거해서 답을 해줘야 한다. 아는 질문이라도 절대 함부로 대답하면 안 된다. 선관위 담당자에게 다시 질문하고 담당자도 선거법을 찾아보고 선거법 몇 항에 있는지 문자로 주면 나는 센터장님께 보여 주며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서 센터장님과 대화를 이어갔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이다.
“지체장애인이 투표할 때 보호자와 함께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는가?”
“지체장애인이 투표할 때 보호자가 기표소까지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라면 선거법 157조에 따라
“투표소 내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초등학생 이하만 가능하다.”
“공직선거법상 신체, 시각장애로 2인을 동반할 수 있다.”
법의 근거에 의해서만 대답해 줄 수 있고 가능하면 선거법에 관한 질문은 선관위에 이관시킨다. 이런 질문과 대답으로 대화는 이어졌고 이분의 질문에 대한 궁금증은 장애인도 자신의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대화 중에 그분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것이 명확해지면 센터장님의 모임에서 그 부분을 언급하고 부모님들에게도 전해서 장애인들도 소중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전달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큰마음을 가지신 분, 참 고마운 분이시다.
강의 후 꽤 긴 시간 동안 대화했고 진심을 전하는 그분으로 인해 봄이 온 듯 마음이 따뜻해졌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현관 바깥까지 따라 나오셔서 깍듯하게 인사하며 배웅해 주셨다.
사람에게 진심인 분을 만나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