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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Aug 01. 2021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  

   

  요즘 관계의 아름다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예전에는 만나서 먹고 마시고 떠들고 놀면 좋아서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다. 세월이 흐르고 중년이 된 지금 그 관계들은 다 정리되었다. 정리된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 생각이다. 

  오늘 세 사람과 통화를 했고 세 사람과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 분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재미나게 통화를 끝냈고 한 분과는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로 통화를 끝냈다. 두 사람은 모두 일로 만난 관계이지만 이렇게 대비되는 감정으로 통화를 끝낸 이유는 공감 능력의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내 감정을 얼마나 그분이 공감해주는지 또는 내가 그분의 감정을 얼마나 공감해주는지에 따라 감정선이 달라져 기분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로 만나는 관계라 끝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이고 불편한 관계로 당분간 지내야 한다. 좋지 않은 관계로 함께 일하는 것은 나에게 드문 경우이고 올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이런 일이 생겼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더 힘들다. 

  한 분과는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다. 나와 인연을 맺은 지는 6년이 되었다. 같은 교수의 입장이라 학생을 가르칠 때, 동료 교수와의 관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서로 상담하고 모든 것을 탈탈 털어놓고 얘기를 나눈다. 서로의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감정이 정리되고 속이 시원해진다. 둘 다 바쁜 사람이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전화로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다. 마음을 나누는 지인 교수와 복잡한 감정을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또 한 분을 소개하면 법무부 소속기관에 근무하는 분이다. 그녀와 텔레그램을 주고받는 동안 미소가 떠나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기분이 좋아진다. 온라인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그곳에 강의를 나가고 그분은 소속기관 계장으로서 비행 청소년들과 그 보호자를 상담한다.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법무부 직원, 두 아이의 엄마, 경기도에 사는 40대 전후의 여성이라는 것밖에 모른다. 그녀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인간미를 가졌다. 그녀가 일을 대하는 태도와 힘든 청소년을 대하는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은 보고 있으면 존경심이 생길 정도이다.

  그녀는 비행 청소년과 상담을 하다 혼자 해결하기 힘든 부분, 고민되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질문에 대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고민을 듣고 내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면 결정은 그녀가 한다. 대화하다가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이상을 한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그녀를 보고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 법원보호자 교육을 진행할 때 그녀도 참석했다. 그녀는 강의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표시를 했고 강의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공책에 적었다. 강의가 끝난 후 사춘기 아이와 대화할 때 가끔 어려움이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함께 상담하시는 계장님께 내 강의를 들어 보라고 권했단다. 자신의 일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도록 고민하고 좋은 걸 나눌 줄 알고 상대를 미소짓게 만드는 그녀가 나는 참 좋다.

  많은 사람이 있어야 진행되는 것이 내 직업이다. 그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 속에는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아름다운 그녀와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함께 인생을 나누고 싶어진다. 그녀와 만난 위기 청소년들과 그 보호자들은 더 좋은 결과를 가져가리라 생각하며 그녀의 앞날에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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