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되돌아보는 일기 (4)

변화

by Hi my name is

처음에는 단순히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매너리즘에 빠져 삶이 무료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세상에 아직 필요하다는 증거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다.

모두가 내 이직을 말릴 만큼 좋은 사람들로 가득한 좋은 곳이었지만, 나는 밖에서도 내가 쓸모 있음을 알아야 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지원했지만 줄줄이 떨어졌다. 내 자신감도 같이 떨어졌다.

정말 마지막으로 지원한 회사에 합격했다. 대단한 대기업은 아니고 중견기업이었는데, 내 노력과 능력이 고작 중견기업에 밖에 닿지 못한다는 사실이 절망적이었다.


그래도 이직을 했다. 새로운 환경과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일이 필요했다. 나에게서 도망가기 위한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일은 더 바빴고, 사람들은 낯설었으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일이 많았다. 입으로는 투덜대며 피곤하다고 할지언정 녹초가 된 퇴근길은 나와의 싸움에서 평화로웠다.


이런 한순간의 외면은 절대 내 무너짐을 막아주지 못했다. 오히려 체력은 떨어졌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으며, 시간은 부족했고 피로는 쌓여갔다.


내 전력이 약화된 채로 다시 내 무너짐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가 왜 싸워야 하는지, 왜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결국 변한 건 그 무엇도 없었다.

그냥 덮어두려고 하는, 덮어두는 방법밖에 모르는 나만 그 자리에 있었다.


차라리 모두가 나에게 실망하고 떠나갔으면 했다. 그럼 내 부채도 함께 사라질 테니까.

답이 없는 삼류 인생이 속편해 보였다. 그렇게 살아갈 용기도 없으면서.


소리를 지르면 나아질까 노래방에 갔지만 후련하지 않았다. 술을 입에 잘 대지 않는 내가 술에라도 기대려고 했다. 다행히 술에 기대기엔 술이 참 안 맞았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 고통을 찾았다.

내가 아픈걸 지독히도 싫어하는 내가 고통을 찾다니. 스스로 위화감을 느꼈다. 아, 내가 정말 많이 무너졌구나.

친구의 꼬드김에 못 이긴 척 모든 것을 다 뒤로 미루고 롤러코스터를 타러 갔다. 그 순간만큼은 낙하하는 감각이 나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 줬다. 근래 가장 즐거웠던 3분이었다. 내가 살아있었던 날.


담담히 나를 고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비록 거창한 서사는 아닐지라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보내는 sos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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