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
사실 나에게 과부하가 오기 시작한 건,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내가 느끼지 못했을지언정 몇 년에 걸쳐 나는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기댈 사람을 찾았다.
친구에게는 기댈 수 없었다. 언제든지 떠나갈 사람은 싫었다. 나는 나를 좋아하는, 그래서 나를 떠날 수 없는 사람을 선택했다.
매주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달려왔다.
1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는 그 길을 몇 번 가지 않았음에도, 한결같이 달려와준 사람이 있었다.
하루하루 많이 지쳤을 텐데도 항상 달려와준 사람에게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하기만 했다.
내 사랑은 주지 않으면서 그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달라고, 세상의 중심이 되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
그리고 참 이기적 이게도, 내가 조금 안정되었을 때 헤어짐을 고했다.
흥미로운 사람이 있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 그러다 몇억 번의 우연이 맞물려 만나게 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건 즐거웠지만, 기댈 수 없었다. 나에게 관심은 단 한톨도 없었기에.
허전함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던 시기에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참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야근할 때면 간식거리를 들고 문 앞에서 기다렸고, 매일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나와 같이 보내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고, 항상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사실 내 마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 옆에서 투정을 받아줄 사람이라는 게 중요했다. 이 사람이 서서히 지쳐갔을 때, 나는 이별을 고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나만을 위한 관계였다.
내가 속죄해야 하는 또 한 사람.
마지막 이별 이후 나를 모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가도, 낯선 사람이 내 공간에 존재하는 게 싫었다.
왁자지껄하더라도 조용한 공간을 원했고, 조용하면서도 적막이 없는 공간을 원했다. 나는 무엇을 원했던 걸까?
이렇게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가장 숨기고 싶은 내 모습과 내가 알던 내가 서로 대립했다.
내가 알던 나는, 최소한 내가 속이고 있던 나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든든한 사람. 하지만 무너지면서 마주한 나는 신경질적이고, 참을성 없으며, 논리적이지 못한 실망덩어리 그 자체였다.
나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머리를 두배로 빠르게 돌려 생각했다. 하지만 실수는 늘어갔고 머리는 과부하가 왔으며, 실망감을 커졌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내가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 기억속에 왜곡된 나의 모습일 뿐인데도, 그 모습이 되길 갈망했고, 그 모습이지 못한 나를 원망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나를 사랑해 주길 원했고, 모든 모습을 보듬어주길 원했다.
항상 외면해 왔던 그 모습 그대로, 8년이라는 시간을 나는 제자리에 있었다.
날 모두 품어줄 수 있는 새로운 사람만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