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달
달은 시기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보이는 모습도 다 다른 것 처럼,
나도 상황에 따라, 그리고 상대에 따라 모습을 달리했다.
진지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 그저 재밌게 웃고 떠드는 사람, 아픔에 공감해 주는 사람, 일정 거리를 두는 사람, 거리를 두지 않는 사람...
나는 참 어려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양한 모습 가운데서 진짜 내 모습은 뭐냐고 물었다.
나에게만은 명쾌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말하지 않으면 모를 내 모습.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대화하면 즐거운 사람.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주는 사람.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었는데.
모두가 나를 웃는 모습으로 기억했다.
찌푸린 얼굴보다 웃는 얼굴이 호감을 주기 쉬우니 웃었을 뿐인데. 나는 더 이상 웃지 않으면 위화감을 주는 사람이 됐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고 싶었다.
내가 웃지 않아도 아무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곳.
내가 어떤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곳.
동시에 누군가 내가 보내는 sos사인을 알아봐 주길 원했다. 아니, 신호를 알아보고 나를 구해주길 바랐다.
아무도 이 신호를 알아채주지 않았고, 나는 점점 더 심연으로 빠졌다. 그리고 그냥 누군가 날 알아채주길 바라며 정리도 되지 않은 말을 내뱉었다.
사실 모든 건 핑계일 뿐이었다.
내 마음인 줄 알았던 것조차 나를 외면하기 위한 핑계였다. 속마음을 잘 말하지 않던 내가 속마음이라 포장하며 핑계를 꺼냈다. 참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내가 위태로운 건 너 때문이라며 상처를 줬다.
사실은 그저 고마운 친구였다.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친구. 거침없음과 자신의 신념을 어린 나이에 모두 가진 친구.
사실 나 같은 건 필요조차 없었을 친구.
스스로 환멸감을 느꼈다.
나는 남들보다 두 배, 세배 달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에도,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만족하려는 내 나약함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며 절망하는 나약함과 그런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한 과거의 나에게도, 그러면서도 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이를 이용하는 나의 교활함에도.
나는 단지 웃는 달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무수히 많은 별 중 하나 조차 되지 못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