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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Jan 14. 2022

또래 아이들과 조금 다른 아이

"쟤가 왜 내 친구예요?"

친구끼리 좀 양보하고 배려하면 좋겠다는 말에 한수(가명)가 소리쳤다.


한수가 생각하는 <친구>의 개념은 뭘까?


영재학급 과학 수업을 맡게 되면서 오후 수업이 없는 학년인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수업 중 얼핏 지나가는 말로 사람의 DNA를 이야기했는데 한수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선생님, DNA와 RNA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한수는 왜 그 질문을 하게 되었니?"

"얼마 전 과학잡지에서 관련 내용을 읽어본 게 기억이 나서요."

"그랬구나.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지금 수업 내용과는 조금 먼 내용이라 일단 메모해두었다가 선생님이랑 나중에 얘기해볼까?"

한수의 질문은 보통 1학년 아이들의 질문과 달랐다.

횡단보도 건널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수업하고 있을 때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삼거리나 사거리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차이가 있어요?"


교통안전 그리기 시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평면으로 횡단보도를 그리고 그 위에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표현한 반면 한수는 공중에서 내려다본 시점으로 건물과 사람, 차도를 표현했다.


또래 아이들과 조금 다른 아이.

한수는 영재다.

영재학급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지만 진짜 영재라기보다는 학습된 영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한수는 좀 특별했다. 요즘 말로 찐이다.

부모님과의 상담시간에 한수의 영재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검사를 받아보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검사 결과 상위 0.5%의 영재성을 갖고 있었다.

영재아의 특성이 자기만의 진도를 가지고 싶어 하고, 자기 나름대로 학습하려는 성향이다. 한수는 관심 있는 분야인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관심 밖의 학습 내용은 지루해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질 때가 많았다.

또래 친구들과의 어울림도 문제가 많았다. 아이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과학 실험처럼 인풋과 아웃풋의 분명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관계를 어려워했다.

한수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야 할까 고민하다 두 가지를 제안드렸다.


하나는 질문 노트 쓰기, 다른 하나는 감정에 대해 학습하기다.


질문 노트는 수업 시간에 불현듯 떠오르는 질문들을 노트에 적어보고, 스스로 찾아보거나,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여쭤보기 위한 노트다.

감정에 대한 부분을 가르치기 위해 우정, 배려, 나눔, 공동체, 희생 등의 가치를 담고 있는 그림책을 골라 매주 한 권씩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아이가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좀 더 생산적인 것을 창조하게 되었다.


문제 아동을 지도하는 것만큼

영재 아동을 지도하는 것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지칠 때가 많다.


아이의 내일을 신뢰하며 응원하는 넉넉한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내길~


언젠가

멋지게 성장한 나와 제자를 볼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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