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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Jan 18. 2022

 “선생님! 이제 뭐 해요?”

첫 발령 때 2학년 아이들을 맡았다.

“자, 이제 쉬는 시간이에요. 우유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오세요.”

안내가 끝나기 무섭게 3 분단에 앉은 우석이가 손을 든다.

 “선생님! 이제 뭐 해요?”

 “우유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와요.”

 “네.”

 다음 시간 수업 준비를 위해 교과서를 꺼내고 있는데 호민이가 달려 나와 묻는다.

 “선생님! 근데 지금 화장실 가도 돼요?”

 “네. 화장실에 다녀와요.”

 민지가 교탁 옆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말한다.

 “선생님! 지금 우유 마셔도 돼요?”

 “네. 우유 마셔요.”


 쉬는 시간마다 무한 반복이다.

 

 우유 사진을 넣어 “우유 마시기”라고 쓴 종이를 칠판에 붙여도 봤지만 똑같다. 매일 안내가 끝나기 무섭게 묻고 또 묻는다.


 “선생님! 지금 뭐 해요?”


 하루는 퇴근 전 컴퓨터 녹음기 기능을 이용해서 몇 개의 파일을 만들었다.


 우유, 교과서, 화장실, 자리.

“우유를 마셔요.” , “교과서를 꺼내요.”, “화장실에 다녀오세요.”, “자리에 앉으세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묻는 물음에 대한 안내를 담아 녹음했다.


 “3반 친구들, 우유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세요.”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의 질문이 시작된다.

 “선생님 지금 뭐 해요?”

  따닥. <우유> 파일을 누른다.

 “우유를 마셔요.”

 “선생님 우유 마셔도 돼요?”

  따닥. <우유> 파일을 클릭한다.

 “우유를 마셔요.”

 

 쉬는 시간이 끝나갈 무렵 지민이가 물었다.

 “선생님 지금 뭐해요?”

 <우유> 파일을 클릭하려고 하는데 소민이가 크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 좀 물어봐! 우유를 마시라고! 컴퓨터님께서 계속 말하고 있잖아!”

 

 파일을 삭제하며 생각했다.

 ‘선생님이랑 얘기하고 싶어서, 말 걸고 싶어서, 관심받고 싶어서 묻고 또 묻는 그 마음을 몰라줬구나.’


 클릭하면 나오는 기계식 답이 아니라, 표정을 담고 감정을 담아 따뜻하게 대답해주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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