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재료가 되는 상처

by 미야

첫 아이를 임신 6개월에 잃었다.

출산하는 것과 똑같이 유도분만을 하지만 마취에서 깨어나 살아있는 아이를 만나볼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은 사실 겪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허망함과 아픔이다.

이후 임신 초기에 아기 집을 둘러싼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한 번 더 유산을 했다. 자궁이 많이 약해 임신이 쉽지 않은 상황.

두 번의 유산을 겪으면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내 주변에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나누며 슬픔을 다독여 주었다.


7년만에 다시 임신을 했는데 입덧이 너무 심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음식은 전혀 먹을 수가 없고, 링거로 맞는 수액까지 모두 토해내느라 힘들었던 시간. 검사를 받던 중 아기집 주변으로 피가 고여 있어 유산이될 수 있다는 얘기에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다행히 서서히 안정이 되었고 퇴원해도 괜찮다는 의사 선생님의 결정이 났다.


퇴원하는 날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앞 순서에 진료를 받고 나온 산모와 남편분이 좀 이상했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산모와 산모를 안고 우는 남편.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밖에 있는 산모분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무슨 일 있나요?”

“아이가 28주인데 심장이 뛰지 않아서..”


내가 겪었던 일.

그래서 그 표정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나 보다.

진료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 나도 모르게 산모분 손을 잡았다.

“저도 같은 일을 겪었어요. 마음 추스르시고 수술 잘 받으세요. 다시 건강하고 귀한 생명으로 엄마 찾아올 거예요.”

산모분을 안고 기도하며 함께 울었다. 그리고 수술실 앞까지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 드렸다.

“고맙습니다.”

남편분의 인사를 뒤로하고 퇴원해서 병원을 나서며 생각했다.

‘저들을 만나 위로하라고 그 시간 내가 그곳에 있었구나!’

출처-1boon.kakao

아픔이나 상처는 약재료가 되어 누군가의 삶을 위로하고 보듬는다.


“상처를 글로 옮기면 위로가 된다. 내가 나를 위로하고, 내가 남을 위로하고, 위로받은 남이 또 다른 타인을 위로한다. 삶을 지탱해주는 수많은 위로가 소리 없는 글에서 시작된다.”

-이하루,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얼마전 시험관 시술을 받는 한 작가님을 위해 기도를 했다. 새로운 생명이 찾아와 주기를, 힘든 시간들이 지나가기를 마음을 담고 담아 간절히 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실망하고 지쳐있는 작가님의 글을 읽고 어떤 위로를 건내야 하나 참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삶을 지탱해주는 수많은 위로가 소리 없는 글에서 시작된다는 작가의 글이 해답이 되어 줄까?


작가님이 써내려간 상처들. 쓰인 글들이 그녀를 위로하였으리라. 그리고 그 글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약재료가 되었으리라.


내 인생이, 내 글이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위로를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상처를 치유하고 감싸는 약재료가 되어 살리는 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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