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티

by 미야

중학교 때 쓴 시 중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시가 있다.

시 제목은 E.N.C

출처 - 뉴스앤

그 당시 유행하는 아이템은 배꼽티.

그냥 배꼽티 말고 백화점에서 파는 브랜드 옷 배꼽티에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소풍 가서 친구들이랑 장기자랑으로 춤을 추는 것이 지금으로 말하면 핵인싸로 거듭날 등용문 같은 것이었다.


넉넉한 가정형편이 아니라

소풍을 위해 십만 원 돈 되는 배꼽티를 사달라고 엄마를 조르는 게 어린 마음에 미안했나 보다.


E 이그

N 엔간히 비싸야지

C 씨 x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가격표를 보고 다시 내려놓은 날 집에 와서 끄적인 시가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얼까?


소풍 전날

엄마는 ENC에서 검은색 배꼽티를 하나 사 오셨다.


자신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티셔츠 하나에도 고개를 젓는 분이. 딸내미 기죽지 말라고 부러 버스를 타고 백화점에 가서 사 들고 온 쇼핑백을 받고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컸던 중학교 시절.


인싸 되는 거 말고

공부를 좀 잘해야겠다 다짐했던 게

그때인 것 같다.


친구들이랑 노는 게 제일 좋았던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을 같게 된 계기가

배꼽티라니.


쓰다 보니 웃음이 난다.


이쁘게 입고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 엉덩이를 토닥이던 젊었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반갑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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