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라벨을 달아줄 수 있다면

by 미야

휙!

결국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더럽게도 안 떨어지는 라벨 때문이다.


오늘은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 일이다. 일주일간 모아둔 종이, 플라스틱, 페트병, 비닐, 캔을 아이와 나눠 들고 놀이터 앞에 마련해 둔 분리수거장으로 간다.


종이는 이물질이 혼합되지 않도록 접어서 종이류에 넣는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들 때문에 택배 상자가 여럿이다. 상자에 붙은 스카치테이프와 운송장을 제거하고 납작하게 펴 넣는다.


비닐도 깨끗한 것만 따로 모아 분리한다. 안에 음식물이 묻어있는 경우 제거한 다음 분리할 수 있는데 비닐 안에 묻은 이물질을 닦아내는 일이 쉽지 않아 더러운 것은 그냥 쓰레기통에 넣을 때가 많다.


플라스틱이나 페트병은 붙어있는 라벨을 제거하고 함에 넣어야 한다.

'라벨을 용기와 분리해서 버려주세요.'

다행히 요즘에 나오는 생수병이나 음료병에는 라벨이 잘 분리되도록 에코라벨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종종 뜯다가 성질 돋는 라벨들도 보인다. 오른쪽 모서리에서부터 살살 떼어내는데 찢어지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왼쪽 모서리부터 뜯기 시작해보는데 또 일부만 찢겨 올라온다. 용기와 분리가 안 되니 쓰레기통 행이다. 다시 쓸 수 있는 재활용품인데 제대로 분리하지 않으면 쓰레기 신세가 된다.


다시 쓸 수 있는 감정, 다시 쓸 수 있는 추억도 제대로 분리하지 않으면 마음을 어지럽히는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이젠 새로운 것을 만들기 시작해야 하는데 “후회”라는 라벨이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미련” 때문에 분리할 수가 없다. “집착”이 남아 마음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내 감정에도 분리선을 잡고 쏙 당기면 깨끗이 떨어지는 에코라벨을 달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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